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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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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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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워서...아까워서....


BY 나의복숭 2003-07-16

몸 깨끗하게 안하믄 사스같은거 걸릴까봐
사우나 갈 준비를 했다.
수건이랑 동동구리무 준비하고 비상금 꺼집어낼려고
지갑을 여는데 눈에 번쩍 띄는 사우나 50% 할인권.
흐미~ 돈 벌었다.
언젠가 신문에 낑겨서 온건데 알뜰살뜰한 내가
고이 고이 모셔놓은거지...
역시 난 알뜰한 여자야. 흠~
(곧 죽어도 없어서 그런단 소린 안해)

새로 오픈한 집이니 당연 시설은 좋을꺼고...
걷기는 조금 먼 거리지만 노느니 염불한다고
허리통에 있는 삼겹살도 조금 뺄겸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버스로 한 세코스 정도인데 보기에는 얼마 안되는
거리였지만 걸어보니 만만치 않았다.
밉쌀스런 내 후배들이 보면
"논네라 어쩔수 없나봐."
했겠지만 말이다.
신발은 운동화나 신지 뭣하로 구두를 신어가지고설랑
한참 걸었드니 뒷꿈치가 까질려고 한다.

헉헉...
드디어 목적지인 사우나 건물로 들어섰다.
4000원이 정상가격인데 50% 할인이니 2000원.
요럴땐 계산도 엄청 빠르다. ㅎㅎㅎ
창구에 2000원과 함께 할인권을 내밀었드니
아가씨가 할인권을 다시 내어놓는다.
아니 내가 이뻐서 한번 더 써먹으라고 주는건가?
이쁜구석은 약할라해도 없는데...

"2000원 더 주셔야하는데요?"
"할인권 있잖아요? 50% 할인권"
붉은글씨로 크다랗게 쓰인 글짜도 선명한
50숫자를 가르키며 할인권을 다시 줬드니만
"이거 어제까지 마감였어요. 보세요. 유효기간을요"
"엥??????"
벌레씹은 얼굴로 할인권을 들려다봤드니
아주 작은 글씨로 유효기간이 적혀있는데
학실히 어제까지가 맞다.
이런 이런.....
재수없는 과부 자갈밭에 업어진단 레프토리가
또 튀어나온다.
아니 한번쯤 가지밭에 엎어져주믄
어디가 덧나나?

머리 굴려봤자 답은 하나니 어쩌겠남.
다시 싼 울동네 목욕탕으로 올려니
힘들여 걸어간게 아까워서 할수없이 2000원 더내고
들어갈밖에.....
아까워서....아까워서...원점데로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게 비단 오늘 뿐이랴.
시집간게 아까워서 헤어지도 못하고 오늘날날
아직도 울웬수랑 동거동락 하고있는
사실부터 시작하여 김빠진 맥주 버릴려니 아까워서
머리감다가 완전 서양년이 될뻔했든 사실하며
생각해보니 아까워서 못물린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새로 지은집이라 잔뜩 기대를 했는데
뭐 우리동네나 시설은 그게 그거구만.
그래도 쪼글시고 앉아서 열심히 때를 벗겼다.
에구 왠 때도 이렇게 나오남?
하수도 막힐까 겁난다.
내 옆의 빼빼한 -내 평수의 반도 안되는- 젊은 아줌마가
날보고 등을 같이 밀잖다.
흠~
평수 넓은 나하고 밀면 자기가 훨씬 손핸데
내 넙쩍한 등판보고 힘이 셀꺼라 생각했나보다. 하하
일단 손핸데도 불구하고 나를 뽑아줬으니
고마워서도 열심히 밀어줬다.

"저어 아줌마 샴프 잠깐만 빌려주믄 안돼요?"
깜박잊고 샴프를 안가져왔나보다.
아이구 젊디젊은 지 정신이나 내 정신이나 그게 그거네.
"입맛데로 써요. 샴프. 린스....여기 다 있어요"
목욕통채로 밀어줬드니 엄청 고마워한다.
그 모습이 더 이쁘다.

머리감고 나갈준비를 하는데
"저 아줌마 이거드세요. 고마워서..."
아까 새댁이 우유를 내민다.
"아유. 뭐하러 이런걸 줘요. 미안하게스리.."
말은 요렇게 사양하면서도 입은 완전 귀에 걸린다
받았냐고요?
그라믄 받지 안받겠슈?
지나친 사양은 무시하는거라 생각되어서...
꼴깍 꼴깍 맛나게도 마셨심다. ㅎㅎㅎ
세상의 젊은 아지매들이 다 요랫으면 얼마나 좋겠노
(그저 뭐 하나 주면 좋아서 정신을 못차려요)

돌아오는길
비록 발꿈치가 까져서 조금 아팠지만
기분은 날아갈거 같았다.
날씨는 왜 이리 죽여주게 좋노?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