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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이야기 (2편) 혼자사는 여자에게 뭇 사내들의 유혹은...


BY 박 라일락 2003-07-20


한 12년 전인가 싶다.
고객 중에 한 형제처럼 보내는 신 사장 부부가 내 고향 대구에 살고 있었다.
원래는 울 화상이 살아 있을 때부터 거래가 있었기에
긴 세월 오랜 전부터 양쪽 집안끼리 오가며 친했는데
울 화상이 명주옷 곱게 차려 입고 저승길 떠난 뒤..
첫 기제 지내고 한 참 뒤에 부부가 물건 구입하러 오셨다가
하룻밤을 우리 집에서 함께 보내게 되었는데..
그 부인께서 아주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재혼을 한번 생각해 보았느냐”고...
“왜? 어디 좋은 자리라도 있는 감?
줄줄이 사탕처럼 자식새끼에 젊지도 않은 여자가
그렇다고 양귀비 같은 인물도 아닌데....“
“무슨 말을..현이 엄마 인물이 어때서?
그리고 여자 나이 40대 초반이면 부부생활하기 젤 좋은 때인데..“ 그라면서..
자기 잘 아는 사람이 상처를 하고 아들 둘 데리고 사는
생활능력 있는 홀아비가 있는데 이 뇨자 얘기를 했더니.
어느 날
우리 가게에 친구랑 와서 회를 먹으면서 은근 슬쩍...
나를 보고 간 후로 소개를 시켜 달라고 한단다.
경제적 능력은 꽉 있으니 재혼만 하게 되면
울 아이들 교육문제, 장래문제도 염려 놓아도 된다고 하더란다.
솔직한 마음으로 여자 혼자서 어린 자식 데리고 사는 것에 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먹고 살 정도의 내일이 있었기에 한번도 재혼하려고 생각지 않았고...
마음 써 주어서 고맙지만...
재혼!
한 마디로 대답은 NO!
먼 훗날...
철부지 자식들 홀로서기 시켜 놓고 함 생각해보겠노라고..

혼자가 된 그 당시 난 뭇 사내들이 너무 치사스럽고 비겁해 보였다.
지네들이..
언제부터 이 뇬과 친했다고 툭 하면 전화질 해서
함께 차 마실까?
밥 사 줄까?
포항 나들이 나가서 선물 사 줄까?
함께 여행 떠날까?
지 마누라 집구석에 의젓이 버티고 있는데..
늑대들의 사내근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수많은 유혹의 길을 옆도 돌아보지 않고 뿌리쳤으니..

그 시절에 살아 남으려고 수많은 나날을 버거운 짐
가날픈 여자의 어깨 위에서 곤두박질했었다.

세월아!
지체 말고 유수처럼 얼른 속히 가기라.
살다 보면 지난 세월은 다 옛 얘기로 남겠지..

누가 말했던가?
오망불망 통 사정하여 세월이란 놈 잡았건만..
세월이 저 먼저 알고 유수같이 흘러갔더라고.

그래도 산사람은 살아가게 마련인가..
딸아이들 대학 나와 제 길 찾아 민들레 홀씨 되고
지금의 자리에 가게 옮겨서 어느 정도 밥술 먹을 쯤..
그러니깐..
한 3년 전인가 싶다.
신 사장부부와 딸 부부, 아들을 동반하여 여행 겸 회식을 하려고 울 가게에 왔었다.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이 뇬의 재혼이야기가 나왔는데..
자기 집안에서 먼 시동생 뻘 되는 사람이
어쩌다가 아내를 병으로 먼저 보내고 홀아비로 있는데
인물 학벌도 괜찮고, 가진 것도 넉넉하고..
작은 중소기업체도 하나 있으며
둘 있던 자식들도 다 제 갈 길 찾아서 독립했고..
그 자리가 등 따시고 적당한 자리이니 나에겐 아주 안성맞춤이라면서
신사장 부부가 입안에 침이 마르도록 청사진을 펼치는데..
미처 이 뇬이 가타부타 대답도 하기 전에..
자리 옆에서 신 사장 아들하고 이야기하던 울 아들놈 울컥 화부터 내면서.
“신사장님! 툭 하면 울 엄마 재혼시킬 궁리만 하시는데
그라면 나는 우야란 말입니까?
아들은 고아가 되어도 괜찮단 말입니까?
그런 소리 자꾸 하시려면 우리 집에 이젠 오지 마이소!“
이 소리를 들은 그 자리 있던 우리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고
황당해서 암말도 하지 않았고
넘 당황한 신 사장님만...
허허허....허탈하게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현이 이 넘아. 언젠가 너도 장가가서 어른이 되어 봐야
혼자 서럽게 사는 너 엄마의 심정을 이해 할거다.."

그라고 그 들 부부.
회식하러 울 가게에 종종 오시건만......
두 번 다시 재혼 이야기는 그 이후 하지 않았다.

이 뇬도 아들 넘 말이 고개를 끄덕 끄덕..
맞아! 씨앗을 뿌렸으면 당연히 거두어들이는 마무리를 해야지..
수많은 세월 시린 허벅지에 마음의 바늘을 꾹꾹 찔러 가면서
까만 밤을 뽀얗게 지새우고 베개 잎에다 눈물 자국 흔적 남겼지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덧없이 가 버린 나의 40대....
이젠 아들 넘..
지 짝꿍 만나서 신혼 꿈 엮으면서 잼 있게 살고 있고..
지금도 지어미 재혼할라 하면 백기 들고 절대 반대하려는 감?
언제나 딸들은 “어머니 뜻대로 하소서!”엤는데..
그 것이 궁금하여라..

그런데..
얼마 전에 어느 통신(사이버)으로 만난님으로부터..
“박 라일락님! 재혼 할 생각 없습니까?“
“왜요? 님은 재혼하고 싶습니까?”
“예! 하고 싶습니다.
다른 님들의 말씀하시기를 우리 둘 어울린다고 하던데..“
“글쎄요..”
그 분..
얼마 전 울 가게에 오셔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서로의 삶에 대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학벌이나 지식이 이 뇬 보담 훨씬 위수였고.
나이에 비하여 훨씬 젊어 보시고 또 젊게 사시고..
참 건전한 생활방식을 사고하시며 경제적 능력도 있으신 분이었다..

즉 한마디로..
모던 것이 부족한 이 뇨자에겐 넘고처지는 가분한 분이란 걸 직감했었다..
이 뇬 조건 보담 훨씬 좋은 자리가 수없이 많고 많을 텐데..
어여삐 봐주시는 마음이 넘 감사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갑작스런 질문에도 당황하였고..
한편으로..
내 인생 절반도 훨씬 넘겨서 후반 줄에 서 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섬이고,
부부로 엉켜서 청실홍실 좋은 실 타래도 엮을 수도 있지만..
타인으로 만난 남남의 인연인데 때로는 왜 갈등이 없겠는가?
그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도 뒤따를 것인데.
차라리..글케 되면
참 다운 우정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아서..
난 아직도 그분에게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
어쩜..
OK! 그 대답을 영원히 드리지 못 함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이 영원한 우정으로 남으면 안 될까요? 라고..-

지난주 일요일부터..
아들 넘..
놀기 좋아하면서 외박하기에 좀 나무란다고..
재산 운운...하면서 어미의 오장육부가 새까맣게 타도록 속을 확 뒤집어 놓기에
그래... 성 남김에 화냥질한다고..
이 참에 이 년도 팔자 한번 확 뜯어 고 처 봐.
꺙! 재혼이라도 해 버릴까? 하고 잔머리 한번 굴러도 보았는데..
아니다 다를까...
그 마음은 잠시..
재혼이란 그리 쉽지 않음이란 것을 포용하겠으니..
솔로로 남음이 이 뇨자 팔자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