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6

오늘 기분 좋게 얼근하게 한 잔 했습니다.


BY 박 라일락 2003-07-20

 

오늘 기분 좋게 얼근하게 한 잔 했습니다.
한 잔 할 무슨 일 있었느냐 고요?
후 후후...
예..
기분이 좀 좋아서 주시는 분들의 잔을 사양 없이 받아 마셨답니다.
 
오늘 나의 직장 수협에서..
2002 신년도 새 업무가 시작되는 시무식이 있었답니다.
영덕군수. 도의원. 군 의원 회장. 각 지방기관단체장님들과
어민대의원등 감투를 머리에 쓴 수많은 분들이 초대되어있는 자리에서..
이 뇨자가 우리 수협 2001년도 어종 총판매 최고 구입자이며
20명의 남성중매인을 물리치고 모범거래 중매인 표창장을 받았답니다.
여고시절 상을 받고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 상이라는 것을 처음 받았으니..
기분이 참 묘하고 약간은 흥분도 했답니다..

시무식이 끝나고 형식으로 올해 처음 위판을 한다는 초매식.
초대된 손님들 앞에서 거대하게 행사가 있었고..
초대 된 분들의 식사가 끝나고 중매인 뒤풀이가 이어졌습니다.
해마다 시무식이 있는 날은 전통적으로 중매인들의 날이 되어왔지요.
중매인 20명 모두가 남성이고 오로지 홍일점 이 뇨자 뿐이랍니다.

그런데..
이 뇨자에게 축하한다면서 한잔씩 돌리는데
원래 술이라면 밀밭 옆에 서도 취하건만..
반 이상 넘게 요리조리 피해서 마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 피하지를 못하고 띄엄띄엄 받아 마신게 얼굴이 홍조가 되었고..
기분이 하늘로 비상하면서 와 이리 좋아지는지..
지난 날..
영상화하기 싫은 과거 슬픈 추억이 생각나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답니다.

88년도..
온 나라 전체가 올림픽의 흥분도가니에 취해 있을 무렵
우리가족은 가장 힘들었던 시련의 수렁에 빠져 있었지요.
한 집안의 기둥인 울 화상이 병명도 모르는 왼쪽다리 신경통으로
길가 코스모스 파릇파릇 싹 터 나오는 새 봄 무렵
자기 발로 종합병원 문을 들어서서
검사란 검사 수십 가지를 받고서 그 사람은 육신이 지치고
딸린 가족도 그 사람 긴 병간호에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참 많이 힘들어 함을 동반했지요.
끝내 병명도 모르고 전 위암이란 병명 하나를 얻어서
병실에서 암담한 긴 투병생활이 시작되어 답니다.
그리고 그 긴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징검다리 초가을 보내고
7번 국도 양 길옆에 핀 코스모스 시름시름..
만추가 초대되어 올 무렵..
울 화상
생명 다하는 코스모스 꽃잎 동행하여
마누라가 지어 준 명주옷 한 벌 걸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황천길 재촉했답니다.

강구 시내 조그마한 집 한 채와 빚 오 백만 원.
그리고 줄줄이 사탕처럼 철부지 자식 남겨 놓고서...
너무 힘들어 어이 살고! 하며
밤 낯없이 눈물로 얼른 속히 세월만 가라고 울부짖었답니다.
그런데..
산사람 죽으란 법이 없는지..
수협 상무님이 이 뇨자를 어떻게 잘 봤는지..
강구수협생기고 처음으로 여자 중매인을 탄생하게 했지요.
울 화상 일자리인 수협 중매인 자격을 참 어렵게 인증 받았고..
그 때부터..
뭇 남성들의 경쟁 속에 끼어 들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여성적인 성깔은 남성들 사이에서 중성화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체험과 동시에 점 변해가고..
오르지..
내가 뿌린 그 씨앗을 거두어들인다는 의무감 하나로..

세월은 유수 같다고 하더니..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옛 사람들이 말하듯이
산사람 입에는 거미줄치지 않았고.
어린 새끼들 남들 하는 만큼 공부 다 시켜서 자기들 둥지 틀었고..
밤이면 따뜻하게 잠들 수 있는 내 안식처가 있고..
때로는 조금씩 남을 위하여 배 품도 가질 수 있는 삶을 살았답니다..

참 이상하네요.
울 화상 살아생전 이 뇨자 참 힘들게 했는데
저승에 입적하면 부부인연 절대 사양하려고 했건만..
이 밤..
몇 잔술로 기분 나이스인 이 순간..
고생길 열어 주고 간 그 사람 왜 보고픈 생각이 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