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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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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에 한강에 가면


BY 가을 2003-11-09

   
  작가 :언저리

우리 부부는 중요한 일을 의논할때나

또는 싸울일이 있으면 한강 고수 부지로 간다

물론 저녁 의 강건너 불빛들이 강물에 반짝이고

성산대교위의 가로등이 깜빡이며 희뿌연 안개속을 헤메일때

남편과 난 500원 하는 블랙커피를 종이컵에들고서

강가를 걷는다

그날도 우린 카드값이며 할부며 세금 낼것이며

한마디로 돈 문제로 저녁에 긴급?하게 만난것이다

그러니 무슨 졸고있는 가로등 불빛이 아름답겠으며

출렁이는 물비늘에 낭만을 느끼겠는가

그래도 남편이 하는말"아 참 조오타...이렇게 나오니까..그치??"

난 속으로 좋긴 뭐가 좋아??돈이 최고지   이게 무슨 ....

시큰둥 하게 쳐다보고는 "아  춥다 차에 들어갑시다"

그러면 또 "이 사람아 이런데 나오면 강바람도 좀 드러마시고 시야도 넓히고 그래

그느무 좁아터진 차안은  답답하게스리..."

그러던지 말든지 커피쏟아질세라 살금살금 걸음으로

우리집 노새 아주 오래된 그랜져(80년산)에 올라탄다

이남자 할수없이 운전석에 앉는다

우린 항상 이런식의 토론을 시작하는것이다

그래서 결혼 25년이 지났지만 아이들 앞에서 싸운적은 한번도 없다

따라서 이웃들이나 우리 아이들은 우리부부가 엄청 금슬이 좋은줄로만 안다

왜냐면 심심하면 밤에 데이트나가는줄 아니까

지금은 약간 달리 생각하지만....

이제부터 금전문제 토론 시작

며칠날은 얼마가 있어야하고 또 언제는 얼마가 필요하고

그러면 남편은 이건 다음에 주자는둥

일일이 자기에게 말해서 신경쓰이게 한다는둥

시간이 갈수록 슬 슬 언성이 높아진다

처음엔 나도 조심스럽게 치밀어오르는 것을 억지로 절제하면서

서로 말만 하고 눈은 차창밖을 헤메인다

사실 25년을 살아봐

젊었을땐 서로가 당신의 눈속에 빠져죽어도 한이 없어 ...이러던 것들이

이젠 눈만 마주쳐도 신경질이 난다네

우린 이런식으로 한참을 옥신각신하고있을때였다

바로 우리앞에 근사한 하얀 외제중형차(bmw)옆으로 또다른 중형차가 스르륵오더니

3-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 여자가 내린다

그리곤 아주 세련된여자가 중형차(bmw)에 올라타면서

같이 온 남자에게 빠이빠이를 하며 귀엽게 손을 흔들고 스르륵 빠져나가고

그뒤를 남자가 쫓아가듯 따라간다

이때부터 우린 우리의 문제는 망각하고 서로 의미있게 쳐다보며

먼저 내가"자기 봤지? 내가볼땐 부부같지가 않아 ..."

그러면 "참 별것 다 신경쓰네  능력만 있으면 재미있게 사는거야!!"

"뭐 ???당신도 돈있고 등 따시면 저를거야 ??

한강 에 차 파킹시키고 젊은 여자 데리고 실컷 놀다가

으스럼 밤에 따로따로 헤어지는 짓거리를 한단 말이지~~이??"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내가 그러겠다는게 아니고~오.."

그렇게 우린 엉뚱한걸로 언성이 높아진다

싸우면서 보니 또 다음 라인에서도 그런 이상한 부부를 가장한 차가 오더니

따로따로 가는게 아닌가

내가 또 "여보 저기 저기 봐봐 또 그러네  세상에 ...."

하자 이남자 이젠 말은 안하고 그렇다니까하는 식으로 실실 웃는다

그날 밤  그런 팀의 현장을 여러번 목격할수 있었다

하긴 몇년전엔 어둠이 찾아드는 한강 고수부지에 오면 파킹되어있는차 

즉  유리를 까맣게 썬팅한 차가 여기저기에서

흔들흔들 거리는 것을 보고 또 얼마나 흥분했던가

요사이엔 이것도 세월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새롭게 변해가는 것을 부쩍 느끼기에 충분했다

우린 이렇게 돈 문제도 해결 못보고

괜히 남의 애정행각의 출처에대서 목에 핏줄을 돋우며실갱이를 하다가

비싼 생수사서 벌컥벌컥 들이키며 기분 이 더 상해서

밤 12시에 애들 깰까봐 살금살금 현관문 따고 들어와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