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님과 내가 힘겨운 날이었다. 어머님 자존심도 많이 상했겠지만 나도 처음으로 아, 참 싫다 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아침 부터 대변을 보시겠다며 변기에 앉아계시던 어머님은 잠시 내가 눈을 뗀 사이에 뒷베란다에서 팬티를 빨고 계셨다. "어머님, 뭐하시는데요?" 하며 다가가서 보니 팬티없이 입고 있는 겉옷에는 변이 이곳저곳 엉망으로 묻어있었다. "어머님, 변기에 앉아계시더니 왜 팬티를 버리셨어요?" 언제나 엉뚱한 대답을 듣거나 무답이 돌아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또 메아리 없는 질문을 하게 된다. 아무튼 그 일을 기점으로 어머님은 어제 반나절을 내가 '똥'과 씨름하게 했다. 모시고 가서 깨끗이 씻겨 딲이면 똥물이 뚝뚝 떨어지고 그래서 다시 가서 씻겨 나오면 똥물이 뚝뚝 떨어지는 거다. 옷을 입힐 수 가 없었다. 그러나 변기에 앉혀드리면 변이 나오지를 않는거다. ㅠㅠ 어쩔 수 없이 기저귀를 팬티에 붙혀 재빨리 옷을 입힐 수 밖에 없었다. 사이사이 변이 묻어나온 기저귀를 갈아드리면 그것을 보고 팬티에 피가 묻었다 그러시는데, 아 이것이 바로 치매구나 또 한번 실감한다. 아침 나절을 그렇게 똥과 씨름하고 점심으로 수제비를 끓여드리니 맛잇게 잘 드신다. 오랫동안 점심을 드시기에 그냥 보고 있다가 다 드신 후에 다시 기저귀 검사를 하나 또 변이 묻어있는 것 같아 벗겨보니 묻어난 정도가 아니라 많이 싸놓으시고도 모르고 앉아계신거였다. 또 다시 씻겨드리면서 "어머님, 제가 오늘 완전히 똥과 씨름하네요." 혼자 말처럼 하니 "똥을 누니 속이 시원하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하. 이제 어머님은 수치심도 잊어버리신걸까? 나는 점점 겁이난다. 정말이지 내가 백기들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지 두렵다. 주위 사람들의 치매노인 돌보기의 어려움을 말할 때도 무심하게 들어버렸던 말들이 환기가 되면서 솔솔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