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자꾸 어머님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신다.
워낙에 성품이 강하지 못하신 분이었기에 역시 많은 떼를 부리진 않으신다.
아침에 식은 밥을 눌려서 누룽지를 드렸더니
너무 많다며 "내가 너희 집에 1달만 살면 살이 푹~~찌겠다." 그러신다.
"그럼 어머님 한달 더 계세요, 어머님은 살이 좀 찌셔야 하잖아요?" 그랬더니
역시나 돌아가고픈 마음에 대답을 회피하신다.
많다는 누룽지 한그릇을 다 드시고
삶은 고구마와 흑미 찰떡 한조각 까지 다 드시는 것을 보니 소화력은 괜찮으신 것 같다.
흑미 떡 두 조각에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떼운 나보다 양이 많으시다.
어제도 어머님은 식사를 잘 하셨다.
사이사이 드리는 과일이나 간식도 잘 드신다.
"저렇게 잘 드시니 오래 사시겠군..."
내 마음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어머님이 정말 오래 사시길 바라는 것일까?
내가 이렇게 어머님과 장기간 살아도 나는 지치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어머님을 모시게 될 것인가?
아침에 어머님은 스스로 어젯밤 실례한 기저귀를 벗어서 쓰레기 통에 넣어두셨다.
팬티를 입지 않고 그냥 바지를 입고 계시기에 팬티를 입혀드렸다.
간편 기저귀를 하고 계시지 않겠냐니까
낮에는 괜찮다며 거절하신다.
억지로 강요할 수 없어 그러라고 그랬다.
그러나 어제 저녁 식사후에도 그냥 멀뚱히 앉아서 오줌을 누신 바람에 옷을 버렸었다.
옷을 버린 후에는 쑥스러운지 미안한 웃음을 지으신다.
옷 버린 김에 깨끗히 샤워를 해드렸다.
내가 머리며 몸을 씻기는 동안에 어머님은 얼굴을 심하게 밀고 또 밀고 그러신다.
우리 어머님의 치매 증세는 씻고, 딲고 하는 것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정신 맑을 때는 씻기를 잘하셨지만 물도 아끼시는 분이었는데
이제는 물을 아끼지 않고 계속 씻기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이긴 문제이다. ^^
아침, 저녁 두번 복용해야 하는 약은 잘 챙겨드신다.
당신 스스로도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의지가 강하신 듯하다.
그러나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해서 약을 물에 녹여드시기 때문에 상당히 쓰다고 그러신다.
사탕이라도 사다둬야겠다.
자존심 구기지 않고 늙어가는 길은 없는 것일까?
자식에게도 예의를 차리시던 자존심 강했던 어머님이 저렇게 되는 것을 보니
세월 앞에 장사는 아무도 없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새삼든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얼마나 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