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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님 모시기 1


BY 참솔향 2005-09-06

 

어머님은 정말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시다가

우리가 돌아오는 것을 확인 하신 순간 정신을 놓아버리신걸까?

만에 하나 그렇다면 우리가 돌아온 것이 잘 못된 것이기라도 한 것일까?

 

어머님에겐 50대의 아들과 40대의 아들 둘이 있다.

50대의 아들은 나의 아주버님이시고

40대의 아들은 내 남편이다.

어머님은 늘 비록 50대이지만 다소 심약하고 소심한 큰 아들을 늘 걱정하셨지

떼굴떼굴 40대의 막내 아들은 늘 스스로 잘 해왔기 때문에 믿음이 강했다.

그래서 우리가 5년간의 미국 생활을 한다고 해도 별 크게 마음의 동요를 보이시진 않으셨다.

그리고 가끔 전화를 드려도 우리를 재촉한다거나 채근하지 않으시고 의연하셨더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극성 막내 며느리가 대발견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걸까?

 

5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우리 잘 도착했노라고.

그런데 어머님의 음성이 예전 같지 않고 심하게 병색이 느껴져서

공항에서 바로 큰댁에 연락==> 형님의 확인==>부랴부랴 큰댁으로 모심==>다음 날 동네 병원행==>약간의 혈액검사를 하고 원기회복을 위해 포도당 주사를 맞음==>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변을 옷에다 실수하기 시작==>대소변을 본격적으로 실수하기 시작==> 이불과 옷을 버린 뒤에야 기저귀 착용 시작==> 대학병원의 예약일에 맞춰 MRI 촬영==> 일주일 뒤 의사 면담: 뇌 혈관의 3분의 1이 막혀있다는 사진 결과와 함께 한달치의 약을 받아옴==>약 복용과 함께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의지가 있어 약간의 호전세를 보임.

이상의 스토리는 약 1달간의 어머님 신상변화이다.

 

어머님은 현재 잠시 내가 모시고 있다.

발병후 형님댁에 주로 계시면서 형님이 하루 종일 집을 비울 일이 생긴다거나 하면

잠시 잠시 내가 모시고 있다.

우리집엔 아직 미국에서 짐도 오지를 않았고

귀국후 한국 학교에 아이들을 편입학 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생활이 안정이 되면 어머님 문제를 본격적으로 상의를 해야한다.

나는 며느리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다.

 

어머님의 치매 증세는 대소변 실수를 하는 것 외엔 별 심한 것은 아니다.

워낙에 요즘 주위에서 치매노인 모시기를 겁내고 어려워 해서 그런지

아님 아직 내가 호된 경우를 안당해서 그런지 별로 어렵지는 않다.

어머님의 치매 증세는 어머님이 사시던 집엘 가겠다며 보따리를 싸서 나서는 것과

씻고 또 씻기를 반복하는 것과

손바닥으로든, 걸레로든, 손에 든 휴지 조각으로든, 심지어 실례를 해놓은 기저귀로든

자꾸 마루바닥을 닦아대는 것이다.

 

자식 신세를 지며 살고 싶어하지 않으셨던 맑은 정신의 어머님은

어두운 정신 속에서도 혼자 살 수 있다며 자꾸 보따리를 싸신다.

어머님이 혼자 계시면 자식들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일도 못한다고 그러니

좀 잠잠해진 어머님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어머님의 공간이 더 편하긴 하겠지.

어머님 공간 보다 몇배가 넓은 우리 집에서 갑갑하다고 그러신다.

어머님 집에서 어머님을 모시는 것이 어머님껜 제일 좋은 일이겠지만

그러나 어쩌랴 자식들의 생활터전을 마음대로 옮길 수가 없는 것을....

 

나는 소망한다,

어머님의 치매가 더 이상 발전하질 않기를,

내가 끝까지 좋은 마음으로 어머님을 모실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