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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봄은


BY 도영 2003-08-27

봄 빛이 완연하니
어느새 내곁으로 다가 온다.

누가 그랫나..
봄은 조용히 오지 않는다고.
얼음이 깨지는 소리로
졸졸졸 물내려가는 소리로 온다 했나..
꽃망울 터트리는 소리로 봄은 요란하게 온다 했던가..

사람마다 다른 색으로 봄은 성큼 성큼 다가 오는것 같다.

내게 봄은 억눌림이였던 같다
새댁 시절 모진 시집살이 시절에.
넓은 촌마당 한귀퉁이에서 병아리 졸듯한 눈동자로 보이는
저 대문밖
저 담장 넘어 논길을 따라 한달음에
탈출 하고픈 충동을 느끼곤 햇던게
봄인것 같다.

옅은 초록의 새순이 포릇포릇 올라오는 촌마당 나무가지를 보며
자유롭게 길거리를 활보 하고싶었던 봄인것같다

우물안 두레박에 찰랑 거리는 물 색깔에
봄볕이 한움큼 들어오는 순간에도
나는 내게 주워진 낮선 환경을 깨버리고 싶은 열망에
우물안으로 내 눈물이.. 후두두둑..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누구는 가을을 타느니
누구는 봄을 탄다느니
계절의 감각도 모르고 산다느니..

나는 봄볕이 찬란한 넓은 교차로에서의
신호대기중에 스쳐지나가듯 봄을 탄다.

인상을 찡그릴 만큼의 봄볕아래
백미러에 늙어 가는 내 모습에 봄을타고
아지랑이 아른아른 피어 나는 도로 옆 인도위에
젊은 이들의 상큼함의 봄을 타곤 한다.

주말에는 봄색깔에 맞게 스카프를 샀다.
연노랑 바탕에 가는 갈색 선이 죽죽 그어진 스카프와
진달래색 옅은 분홍색 스카프를
또 하나의 스카프는 강렬한 짙은 빨강색 스카프를 샀다.

집에와서

거울을 보고 세개의 스카프를 둘러보니
빨강 스카프가 제일 어울린다.
아마..
나이탓인가보다
늙어가는 내게는 연한색의 스카프는 거울속에 나를 ..
더 창백하게 만들고...
짙은색의 스카프로 캄푸라치 해야 그나마
생기없는 피부가 조금은 덜해보인다..

나는 세가지의 스카프에서도 봄을 탔다
앞으로 봄을 타는 이유가 점점 늘어갈것만 같다.

봄은 내게 이렇게 다가오고
내일은 겨우내 덮었던 이불을 욕조에 담가
팍팍 밟아 놀이터 철봉에 널어 놔야겟다..



2003.4월초에..
도영.


2003-06-21 07:35 조회수 :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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