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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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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을그리며


BY 밥푸는여자 2004-11-17




    Bob은 미국에 오자마자 크리스쳔 암환자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알게된 연세가 일흔이 가까운 남자분이다.

    몸이 약해 자주 만날 수 없으니 늘 전화로 이야기하고
    발음을 교정해주고 내 건강을 많이 챙겨주시던 분이다
    그는 한국인 미국인이 따로 없는 우주적 혈통으로
    사람을 보는 마음을 가졌으며 내게 운동이 필요하다며
    수영강습 티켓까지 끊어 우편으로 보내주시기까지 했다.

    어디서든 내 의지과 상관없이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또 다른
    축복의 시간들을 갖게된다. 그래 그 또한 기독교에서 말하길
    만남의 신학이라했던가. 누구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기에
    내게 주어진 셀 수 없는 날에 대한 감사를 해 보았다.

    지독한 주사와 약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지낸 투병생활
    속에서도 한번도 스스로 환자라는 생각을 해 보지않았던
    것은 내 안에 또 다른 기쁨이 자리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릴 때 병실에 누운 공주같은 아이의 모습을 늘
    동경해 왔던 웃기지도 않은 발상이었다면 진짜 웃길까..

    물론 항암주사를 맞고 돌아와 누운 내 모습은 식물인간과도
    같았겠지만 뻔뻔스럽게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 사이를 돌며
    간지럽히는 재미있는 생각들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얄미움도
    느끼게 했었으리라. 죽기까지 나다운 나를 지키고 싶은 자존심
    때문이었다면 솔직한 대답일 수 있겠다.

    새생명을 얻은 감사를 되도록 힘든사람들에게 많이 전하고 싶었
    는데 어느새 그 모든 감사를 잊어버리고 내 이기와 치기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그러던 중 Bob 부부와의
    만남은 나눔의 삶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 주었다.

    그는 혼자 이겨낸 새 삶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구에겐가
    그 삶의 일부분을 떼어 내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는 이세상 티끌같은
    존재로 왔다갔다. 물론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몇몇은 있겠지만.. 허나
    그의 이름과 그의 행적은 나와 함께 하는 이웃에게는 전해질것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친절했으며 최선을 다했는지..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는 내게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기도해
    주었는지  그의 삶 가운데 어찌 좋은 사람들과 인연만 있었겠는가
    그러나 개념치 않고 만나는 사람에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온 그의 노년의 삶을 존경한다.

    지금쯤 고통속에서 벗어나 육체의 평안을 누릴 그에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보내며... 남은 가족에게 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