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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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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핀저승꽃


BY 밥푸는여자 2004-11-10




    엊저녁 내린 가을비 때문인지 얇은 종잇장 보다 더 가볍던 낙엽이
    무겁게 내려 널브러진 모양새가 마치 가을에 핀 저승꽃 같다.
    반듯한 질서에서 벗어나있고 조금은 초라한 듯 보여도
    한 장 한 장 어우러짐이 참 묘한 맛을 우려내게 한다.

    말끔히 치워져 정갈하게 정돈된 이웃집을 기웃거려본다.
    이집 저집 모두 부지런한 주인을 만난 탓인지 잔디는 항상 같은 길이로
    자라있는 것을 보며 반듯한 조화로움에 혹여 내 집 뜰이 동네에 미운
    오리새끼나 되지 않을까 싶어 빨리 치울 양으로 뜰 이곳저곳을 살피어
    이리저리 쓸어 한 편에 모아 두니 푹신한 낙엽 무더기가 된다.
    온 동네 곳곳에 낙엽 동산들이 볼록볼록 또 다른 가을 품새를 이룬다.

    낙엽을 쓸어내는 일은 언제나 송송 뚫린 상념의 바구니 속에 밀물과
    썰물 같은 생각들을 주어 담았나 내었다하는 일과 같다. 이리저리
    가볍게 날리는 마른 낙엽을 쓰는 일보다 젖은 낙엽을 쓸어낼 때가 좋다.
    때로는 가벼움보다는 진중함이 더 좋은 것인지 생각을 쓸어내는 일이나
    낙엽을 쓰는 일이나 같은 생각이다. 물론 젖은 낙엽의 무게는 만만치
    않아 팔이며 허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가벼이 날리지 않아 좋고
    쓸어 낼 때마다 코끝에 쏴~~~~하며 닿아오는 향이 바람을 마신 새처럼
    가슴을 벅찬 감동으로 크게 부풀게 하니 좋다.

    바람결에 느껴지는 낙엽 냄새는 단풍이 막 차 오르는 나뭇잎 냄새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사각거리며 이리저리 흩날리던 마른 낙엽을 쓸어
    낼 때와도 역시 느낌조차도 다르다. 허리를 펴고 그동안 수고로이
    제 잎들을 지켜왔던 나무를 바라보았다 앙상한 나무 끝에는 아직도
    고집스레 남아 흔들거리는 몇 장의 잎들이 건들건들 춤을 준다.

    돌아보니 말끔하게 정돈된 뜰이 초록색으로만 칠해진 도화지 같다.
    말끔한 잔디가 공허하게 느껴져 낙엽 몇 장 가져다 살짝 뿌려 놓아보았다.

      조금 삐뚤어진 파격이면 어때
      파격의 미를 느낄 줄 안다면야.

    보기에 참 넉넉하다. 인간사 살아온 이야기들 다 보고 듣고 살아온 자연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말없이 끌어안는 넉넉함일 거다.
    조화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 보다. 사람의 얽혀 살아감도 인생사 얽혀감도
    결국엔  조화 속에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으로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