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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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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노라면


BY 밥푸는여자 2004-10-29



    집앞에는 수 백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세월을 한자리에 서서
    만고풍상(萬古風霜)을 겪었음직한 아름드리 큰나무들이 서있다
    집을 지으려면 기초공사를 건축물의 높이와 넓이에 비례해서
    땅을 파들어간다는데 웅장한 나무의 뿌리들은 과연 어느만큼
    깊이에 어느만큼의 넓이의 땅을 제 영역으로 차지하고 있을까..
    나무의 뿌리는 제 키만큼 뻗어나간 가지의 넓이 만큼의 영역을
    땅속에서도 자리잡아 차지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보여지는 것과
    보이지 않는 곳의 깊이와 넓이가 같음이 자연스러운 이치일까..

    가끔은 보도블럭 위로 불뚝불뚝 솟아나온 힘찬 근육같은 뿌리를
    보게도 되는데 과연 그만큼의 깊이에서 음습한 땅을 기어다니며
    제 몸뚱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여야 해마다 계절에 맞는
    옷을 지어 갈아입으며 애끓었던 인고(忍苦)들을 달디 단 열매로
    맺혀 뿌리값을 치뤄내고 사는 것인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자궁안 태아가 자궁벽에 착상된 후 어미와 태아를 연결시킨  
    세포를 떼어 연구해보니 암세포보다 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온 몸의 영양을 빨아들여 태아를 키우는데 웬만한 물리적
    충격에도 한 번 잡은 그자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아이가 자궁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제 스스로  
    자궁벽에서 떨어져 나가 자궁 밖으로 흘러나가게 되는 신비한
    의학적 이론을 두고 볼 때 분명 모든사물의 기원은 무의(無意)상태로
    보이는 끝없는 에너지 대양大洋 속에 있다는 생각은 맞을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유형무형의 질서는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예를들어
    소금알 속에 들어있는 원자수를 완벽히 알려면 1초에 10억을 셀 수
    있을 정도의 빠른 계산력을 가지고도 50세기나 걸린다는둥 원자핵의
    지름이 10의 마이너스 얼마..등등 물리학자들의 말하는 기가막힌
    숫자적 놀음이야 평범한 우리와는 무관한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하늘과 땅에 흐르는 질서와 힘은 존재한다는 것은 알 수있다
    이는 살아가는 일에 있어 주변에서 만나지는 모든일에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신비를 어려운 단어나 숫자로 풀어내둔 이론적 체계를 모른다
    해도 주변에서 훨씬 더 비밀스런 신비를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지식으로 알기보다는 지혜로 알아진다는 것이다.

    십오년전 쯤이던가 경상도 풍기로 학생들과 함께 농활을 갔었다
    담배 농사를 거들고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 오두막에 앉아
    비 그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푸르스름한 비닐을 어깨에 걸친 어느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이야기가 두고두고 생각난다 그 분의 이야기가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춘 학문적 단어나 유창하고 논리적인 설득력으로
    다가올 수 없는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작은 떨림이었다

    "땅 위에 저렇게 커다란 나무가 서서 쓰러지지 않음은 땅과 하늘에
    같은 크기의 커다란 힘이 있어 서로 잡아댕김이야.. "

    "애기 엄마가 약하고 힘들고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애기집 아기가
    제 집에서 떨어지지 않는것은 그 에미가 죽어라 기를 써서 지새끼
    잡아뎅기는 것이고 지가 바깥 세상 귀경하려고 죽어라 붙어있음이야.."

    "사람 안될 놈은 지 스스로 알아서 떨어지고 나무 안될 놈은 큰 바람에
    가지가 꺽이고 쓰러져 말라버리고 말지.. 암......"

    맞다 계산하고 측량하지 않아도 우주 이치는 그렇게 돌아가는거다
    살아있는 어떤 존재보다 귀하게 창조 되어진 사람에게 적용되는  
    우주 삼라만상의 흐르는 이치는 머리와 입으로 풀어내는 지식(知識)  
    보다는 하늘로부터 깨달아 알게된다는 지혜(智慧)가 훨씬 순리적이다

    그래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지고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어져
    밥 벌이로 쓰이는 지식知識에는 입[口]이 붙어 쓰이고 배운 것과
    상관없이 하늘로부터 빛으로 와서 자연적으로 터득하게 되는
    지혜(智慧)에는 날[日]이 함께 쓰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든다
    사람을 포함한 삼라만상(森羅萬象)에는 하늘로부터 오는 참 지혜가
    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에 지식자보다는 지혜자에게서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감은 내 삶의 남은 시간들을 보다 넉넉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또 다른 지혜라고 생각한다

    새벽하늘은 참 높다
    새벽공기는 참 싱그럽다
    새벽별은 팽팽한 빛으로 눈 뜨고 하늘에 반쯤 잠긴 달은 굵게 웃는다
    내 감성은 아무도 밟지 않은 뜰에서면 하늘의 지혜로 조율이 된다
    조율되어진 이성과 감성의 하모니로 아름다운 삶을 연출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