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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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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벗기기


BY 밥푸는여자 2004-10-25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즐겨보는 까닭에 어릴 적 할머니께서는
    나더러 가난하게 살게 되면 어쩔 거냐며 핀잔을 주셨다. 고작해야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보고 방바닥에 엎드려 연필심에 침 발라가며 꾹꾹 눌러 만화 속
    주인공 그려가며 지낸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혹하고 섭섭한 말이었다.
    그 시절 그 우량(?)만화, 동화 덕분에 눈물도 한숨도 많이 지었지만 분명
    학교에서 집에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경험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는 만화에 등장한 인물들을 통해 바른 마음을 배운 것을 보면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 아니었는가 싶다

    요즘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즐겨본다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드라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곳은 한국과의 시간 차 때문에 한국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보거나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녹화 비디오로 빌려다 보게 된다. 변명
    같지만 드라마라는 드라마를 모조리 섭렵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는 그 속에
    그려진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흥미와 간접적이긴 해도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상의 드라마라고 하지만 결국 어딘가에 비슷하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인물들이라 생각하고 어떤 역할이든 관심을 두고 보게 된다.

    다른 프로도 빌려다 보지만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육남매였다.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아들들에게 의무적으로 보게 했다. 가족 사랑이 무엇인지 바로
    자라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고 싶었으며 부모 세대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어떤 국가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았는지도 알게 하고 싶었다.

    요즘 시대적 배경을 오래전 상황을 설정해 쓰기도 하고 주제라고 말하라면
    대단히 교훈적이고 사회의식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
    많이 있다. 물론 드라마의 진행이나 반전의 효과 등을 생각할 때 관심을 더
    갖게 되는 것도 있고 보다가 그만 보게 되는 것도 있는데 분명 드라마의
    흐름은 현 사회의 의식구조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지 가족의 풍속도, 가치관등이 어떤 흐름을
    두고 변해 감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심각하게 보자면 그 위험수위 수치가 상당히
    올라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대면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말장난 같은 드라마를 두고 무슨 말이
    많으냐고 하겠지만 눈과 귀에 침입하고 마음에 자리 잡아 급기야는 행동으로까지
    옮기게 하는 보이지 않는 감성 바이러스가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엊저녁 후배와 함께 자녀이야기를 나누다 그녀의 아들이 가죽장갑을 끼고
    아빠의 가죽잠바를 입고 아주 멋진 포즈를 취하며 하는 흉내가 웃음도 났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답답하게 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드러내고자하는 내용
    보다는 과격한 행동과 분위기에 많은 청소년들이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물론 15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시청을 우짜우짜하고 화면 글이 나가긴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어찌 다 막아낼 수 있겠는가.

    한 수 더 뜨는 것은 드라마 인기순위에 대한 반응조사와 기사들을 읽다보면
    야합(?)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면 억지소리일까. 물론 나 한사람의
    평評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정신적
    가치기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내용보다는 흐름이 빠르고 뭔가
    자극적인 것에 두드러지게 표를 던져준다는 점이 불만스러웠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말하자면 감정의 대리만족이라는
    점에서 그친다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근검절약은 고사하고 자칫 허망한 꿈을,
    어른들에게는 드라마 속 갈등의 끝을 건강하고 건전한 거시적인 쪽보다는
    감정적이고 조급한 근시안적인 쪽으로 가져다 안기는 것을 보며 어쩌면 사회전체
    분위기를 끌어가는 작가들이나 연출가들 기획자들이 정치가나 교육자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공을 경제 쪽으로 하고 있는 아들이 있어 대망이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아이는
    요즘 배경이 아니라 처음 몇 회는 좀 지루해 했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 될수록
    아이가 드라마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극중 배역들이 하는 말과 얽혀지는 관계와
    해결되어지는 구도를 보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대망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다. 허지만 분명 그런 살아 숨 쉬는 드라마가 젊은 층이나
    기성세대에 제대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허상이며 드라마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몇 천 번 뒤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의
    도리이며 살아가는 정도正道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분명 공중 매체를 통해 미디어들의 책임은 있어야 한다.
    더하여 글이든 드라마든 유행가 가수들의 노래든 양심 있고 책임감 있는
    실체가 되기 위한  허물벗기기 역시 계속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