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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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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살수있기를위해


BY 밥푸는여자 2004-09-12

     

     

    전화를 받은 것은 이틀전 바로 이시간..
    가슴 한 켠을 비집고 들어서는 떨림을 하늘에 맡기고
    비상연락망처럼 기도의 끈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것은 아침 햇살을 고이 받으며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좀더 나아질 앞 날을 이야기하며
    차창 밖으로는 그녀의 소망만큼이나 초가을 바람은 상쾌하게
    불어주었고 열살 갓넘긴 아들은 높아진 하늘 만큼이나 훌쩍
    커버린 키를 자랑이라도하듯 사과향보다 싱그런 미소를
    손바닥 가득 실어 학교 앞 뜨락 감나무 가지사이로 미소를 보내고..

    바로 그날 그 시간부터 두 번의 아침을 맞았지만  
    그녀는 가려운 눈도 긁지 않고 얼굴에 묻는 얼룩도
    만신창이가 된 몸뚱아리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잠만 잔다

    어제 밤 가을을 끌고 오는 별들은 여전히 그녀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하늘 길 한 바퀴 돌아 그녀의 창문을 흔들어 깨워도 그녀의 집은 침묵
    달빛은 속이 타들어가 하늘 비를 적셔 목을 축여 그녀가 잠든
    병실 하얀 시트을 들추고 얼굴에 쏟아 부어도 그녀는 침묵..

    어쩌면 그녀는 무섭게 달려들던 트럭을 기억해 내기 싫었든지..
    어쩌면 그녀는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 저편에 사랑하는 남편의
    피투성이된 몸뚱아리..비명소리를 깨어나 확인하고 싶지 않았든지..
    눈 뜨면 아직은 더 좋은 날 꿈꾸며 살아야 할 남은 삶을 두고 인사 한 마디 없이
    훌쩍 떠나버린 남편의 부재가 낯설고 억울해 혼이라도 입고 만나고 싶었든지..

    그냥 그렇게 그녀는 잠만 잤다..
    의식 저 편에 홀로 남겨져 돌아 봐 줄 사람 하나 없는 이국땅에
    소리도 낼 수 없이 진한 피 눈물을 흘리고 서 있는 아들의 그림자에
    그녀의 손가락은 안갖힘을 다해 움직이고..
    서서히 이생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다..

    한 번 주먹을 쥐었다 놓을 때마다
    그녀의 의식속에 생과 사는 갈등을 한다
    뇌 속으로 흐르는 가는 줄기의 피..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근원도 모른채 콸콸..
    근원을 막아낸들..나는 어찌 사나..

    그리 사랑하고 의지했던 남편 없는 세상..
    더 이상 어떤 희망도 없으니..
    두려워 깨어나고 싶지 않은 세상..

    그러나
    친척도 형제도 부모도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질 아들 경민이..

    그녀는 생과 사의 갈래길에서 흥정을 한다
    나는 말하지..흥정이 손해나는 것일지라도
    깨어나 아침을 맞이하라고
    깨어나 아들의 숨 소리를 들어보라고..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데
    예로부터 어른들이 하는 말씀이 그래도 맞을터인데..

    영안실로 가는 방향에서 그녀는 안갖힘을 쓰며
    자신의 살고자하는 의지를 알렸을 것이고 길을 틀어
    앞으로 열흘간..지켜보겠다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죽음의 집으로 가는 걸음이 아무리 가볍고 쉽다해도
    천만근의 무거운 발길을 옮겨야 돌아올 수 있을 이생으로
    돌아옴을 위해 무의식 속에서도 용기를 가졌을 것이다..

    사노라면
    여전히 아침 햇살은 살아 움직이고
    저녁 별이 꿈을 실어 그녀의 가슴에
    또 하나의 희망을 줄 것인데..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