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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흔들리는날없지않았다


BY 밥푸는여자 2004-09-06


  나무는 제 살아온 나이 만큼 나이테를 두르며
  나이를 먹는다는데 숲 사이 좁다랗게 난 길가에
  그루터기로 남아 버린 나무를 보면 살아 있을 때와
  또 다른 모양으로도 좋다..가슴에 작은 물파장이 번져간다

  늘 그랬듯이 만족함보다는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으로
  세월을 맞는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그 연륜을 어디에
  두르며 사는지..사람에게도 마음에 나이테가 있지 않을까.

  마음의 감성에 따라 나이테는 여러 모양새를 그려가겠지
  어둡고 추울 때도 행복하고 따뜻한 날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나이테는 아주 천천히 그려져 아주 먼 훗날 내 삶의 나무둥지
  그루터기에 보여지는 내 나이테의 모양은 참 고왔으면 좋겠다
  한 쪽으로 넘 치우쳐서 이상하지 않게 적당한 모양새로
  아픔과 행복함이 적당히 섞여가며 뭐 그렇게...

  올해도 언제나처럼 한해의 창문을 열며 연륜이란 나무에
  마음의 나이테를 긋기 시작했을 때  이러지 않았는데..
  눈 한번 감고 뜨니 한해의 중반이 훌쩍 넘어가고
  하루 밤 자고 나니 인생의 중반이 훌쩍 넘어 버렸다..
  내 인생의 끝 그 날에 다 그려진 나이테를 보며
  난 뭐라고 내 스스로에게 말 할 수 있을까

  남들은 남이 봐주는 내가 두렵다고 하겠지만.
  어쩌면 내 스스로 나에게 가장 두렵고 더하여는
  오직 내안에 계시는 그 분의 말없는 지켜 보심이
  더 두려운 것은 아마도 세상이 두렵지 않은 까닭이리라
  비록 주변 상황이 불편하고 힘이든다 할지라도 ...



 

 


 

등록
  • 선물 2004-09-06
    저도 어떤 때는 세상이 두렵지 않습니다. 뭔가 초월하는 맘이 되면 세상 것이 아주 쪼끔은 부질없어 보이거든요. 그렇게 가끔, 아주 가끔은 영혼을 생각해봅니다. 피아노 선율이 참 좋습니다. 오래 듣고 가지못하는 지금 상황이 아쉬울만큼...
  • 밥푸는여자 2004-09-06
    선물님..다른 분들 글 감상하고 댓글을 달다 잠 자리 들기 전 들렸습니다 세상이 두렵지 않다는 말 어찌 보면 좋은 말 같지만 어찌보면 그만큼 힘들었다는 말일수도 있지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며 내 나무는 자란다는 것이지요 잘 지내고 있거니~
  • 동해바다 2004-09-06
    어떻게 살아야 모양좋고 속이 꽉찬 나이테를 두를수 있을까요..
    손대면 푸슬수플 가루가 되고마는 나무보다는 조금 단단한 나무가 되었음 좋겠는데...편안한 잠자리가 되시기를 ^^
  • 아침이슬 2004-09-06
    내가 두르고 내가 만든 내 마음의 나이테...
    들여다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는것 같습니다....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하지 못하는만큼 내 나이테도 야무지게 두르지 못했음을 압니다.....
  • 산난초 2004-09-07
    나무는 나이테를 두르고 속살을 키우고,
    대나무는 속을 비우고 마디와 키를 키웁니다.
    제 모습대로 제 생긴대로 저마다의 달란트대로 제 소리를내며
    하늘에 영광을, 땅에는 기쁨을 주는 한 그루의 생명이길 바래봅니다.
    밥푸는 여자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 캐슬 2004-09-07
    눈 한번 감고 뜨니 한 해의 중간이 넘어가신다는 말씀에 공감하며...저를 돌아 봅니다. 나이테가 둘러지는 만큼 철도 많이 들었으면 합니다. 늘 최선을 다 한다고 살았는데 돌아보면 후회는 많습니다. 반성하며 다짐하며 또 하루ㅡ를 맞겠습니다
  • 그린미 2004-09-07
    나무의 나이테를 살펴 보면 간격이 일정하지 않습니다...촘촘한게 있고 사이가 벌어진게 있더군요...쫓기듯이 살아온 나이테는 그 간격이
    붙을듯 떨어져 있을것 같아요...제 나이테는 어떠할지 무덤속에 들어갈 무렵이면 쪼개서 확인하고 싶어 집니다...틈새가 많이 벌어져 있었으면 하는 욕심입니다..건강하세요..
  • 밥푸는여자 2004-09-07
    동해바다님..님은 이미 꽉 찬 나이테를 두르며 살고 있는 거 내가 압니다요~ 아침이슬님 피차 엉성한 나이테 서로 내 보이며 우리 이렇게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산난초님 외양으로 메말라 보여도 속살을 빽빽히 채우고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캐슬님 살아온 날 수만큼 철이 들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ㅠㅠㅠ 그린미님 자주 만나게 되어 참 반가와요 간격이 일정하지 않음이 미학적이지요^^
  • 하나 2004-09-07
    맞아요..우리 마음에도 나이테가 있다는말..지극히 타당하신 말씀...정말 그렇게 살고픈데...여유있게 되돌아볼 작은 틈새하나 없이 볶으며 사는 제가 참 맘 아픕니다요..이렇게 님의 글을 읽으면 맘이 참 푸근해집니다요. 아마도 제 나무테는 빵그랗게 일어나 있지나 않은지..욕심 때문에요..ㅠ.ㅠ
  • 빨강머리앤 2004-09-08
    내 인생의 나이테를 두려워 하라.. 그렇군요. 가을이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내 인생의 나이테도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건강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