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제 살아온 나이 만큼 나이테를 두르며
나이를 먹는다는데 숲 사이 좁다랗게 난 길가에
그루터기로 남아 버린 나무를 보면 살아 있을 때와
또 다른 모양으로도 좋다..가슴에 작은 물파장이 번져간다
늘 그랬듯이 만족함보다는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으로
세월을 맞는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그 연륜을 어디에
두르며 사는지..사람에게도 마음에 나이테가 있지 않을까.
마음의 감성에 따라 나이테는 여러 모양새를 그려가겠지
어둡고 추울 때도 행복하고 따뜻한 날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나이테는 아주 천천히 그려져 아주 먼 훗날 내 삶의 나무둥지
그루터기에 보여지는 내 나이테의 모양은 참 고왔으면 좋겠다
한 쪽으로 넘 치우쳐서 이상하지 않게 적당한 모양새로
아픔과 행복함이 적당히 섞여가며 뭐 그렇게...
올해도 언제나처럼 한해의 창문을 열며 연륜이란 나무에
마음의 나이테를 긋기 시작했을 때 이러지 않았는데..
눈 한번 감고 뜨니 한해의 중반이 훌쩍 넘어가고
하루 밤 자고 나니 인생의 중반이 훌쩍 넘어 버렸다..
내 인생의 끝 그 날에 다 그려진 나이테를 보며
난 뭐라고 내 스스로에게 말 할 수 있을까
남들은 남이 봐주는 내가 두렵다고 하겠지만.
어쩌면 내 스스로 나에게 가장 두렵고 더하여는
오직 내안에 계시는 그 분의 말없는 지켜 보심이
더 두려운 것은 아마도 세상이 두렵지 않은 까닭이리라
비록 주변 상황이 불편하고 힘이든다 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