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적부터 그 여자의 아버지는 늘 말씀하시길
여자는 열을 말하고 싶을 때 둘만 이야기 하라고
하셨단다 결혼 전날 밤에도 그 여자를 옆자리에
앉혀 두고 같은 말씀을 하셨단다 그래서 그 여자는
늘 말하고 싶을 때 생각하며 둘만 이야기 했단다
가슴에 이야기 보따리 동여 매어 두면서도 꼴까닥하고
침 한번 삼키고 그 여자는 자신이 걷는 거리 마다
뚝뚝 흘려 버린 하고픈 수 많은 이야기들은 사람들
발자취에 밟히고 바뀌는 계절 마다에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그 여자 가슴 속으로 돌아 온단다
그런데 그 여자가 이제 알았단다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
요즘 사람들은 한 마디에 두어 마디 더 보태서 이야기해야
더 이해가 쉬운것인지 말이라는게 그렇게 더 보태지는 것이며
중심은 사라지고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말들만이
더운날 끈적거리는 안개처럼 말없이 스물거리며 사람사이에 평화와
화목이 깨어지고 의심과 두려움만 난무하게 된다는 것을, 어느날 침묵하는
그 여자만 덩그라니 홀로 남아 훌쩍대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 여자는 아직도 하고픈 이야기를 쉽게하지 못한다고 한다
작은 이야기 종알종알 잘 하면서 정말 긴요한 큰 이야기 한 마디 못하고
웃자고 여유있는 이야기 잘하면서 힘들게 하자는 이야기 한 마디 못하고
행여나 상대방이 더 힘들어 할까봐 아무말 못하고 때론 오해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살았단다..그런 그여자가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뱉은 말이 되돌아 말한 사람에게 갈거란다
그래서 늘 선한 말만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여자는 늘 그렇게 한다고 한다 바보같이 사는 선한 여자들 많다
바보같이 살면서도 스스로 바보인지 모르는 선한여자들 많다
근데 바보 같다는 그 여자가 정말 좋은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치 밖에 되지않는 혀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 서로 반목하며 질시한다
그래서 나는 때로 침묵하며 견디는 그 여자가 좋다
돌아보자면 그렇다
내 안경이 빨간색이라 혹 모든것들이 빨갛게 보이는 거 아닌가..
좀 더 신중한 말이 내 마음과 입술에 머물어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