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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살자~


BY 밥푸는여자 2004-07-18



    사랑하는 아들아...

    입술만 까맣게 태우던 그 언제던가...아프고 저린 시간은 가고
    색종이 접기 하듯 하루 하루를 접어 세월 속으로 밀어 넣으며
    네가 그려 가는 네 삶의 모양들이 고운 수채화로 그려져
    이제 엄마의 가슴에 잔잔한 행복으로 미소짓게 하는구나.

    네 유년의 뜰 안에는 어스름 저녁이면 형과 함께 놀이터
    그네에 흔들거리며 별 헤던 밤도 있었고,
    네 유년의 뜰 안에는 괘종시계 밑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진 채
    흔들거리며 싼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빨지 않은 네 양말도 있었고
    네 유년의 뜰 안에는 베란다에서 쏟아 붓는 쌀들의 유영으로 마냥
    신기해하며 까르르 웃던 때 도 있었구나.

    이제 이곳으로 온지 4년
    아르바이트며 공부며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네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는 너는 정말 자랑스런 내 아들이란다.
    오늘 네 스스로 벌어  2년을 모은 돈으로 바이올린을 장만하려는
    너와 함께 악기점으로 가면서 엄마는 많은 생각으로 복잡했단다.

    네가 엄마 손에 쥐어준 돈.....
    생각 같아선 엄마가 장만 해 주고 싶었지만 네가 힘겹게 마련한
    돈으로 사야 스스로 다른 마음가짐 일 것같아 꾹 참기로 했단다.

    아들아!
    두시간 가까이 여러가지를 비교하면서 흘깃흘깃 좋은 악기에
    눈을 두는 네 마음을 애써 외면하는 엄마는 마음이 무척 아팠었어...
    가격을 비교하면서 전공할 것도 아니고 교회에서 반주할 정도로
    장만하자는 엄마의 의견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는 네가 너무
    고마웠단다. 정말 고마운 일은 마음 착한 주인 아저씨는 이미
    형과 선생님 그리고 엄마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이미 다 듣고 계셨고
    네가 돈을 모아 바이올린을 사는 것에 대해 너무 대견해 하시며
    300불이나 깍아 주셨다는 것에 대해 엄마는 너무 놀라왔다.

    "얼마주시겠어요?"
    "손해 보면 안 되죠... 받을 만큼 받으세요..."
    "헌데 때론 물건을 사고 팔 때 조금씩은 다르죠?"
    "예...."
    "그럼 알아서 받으세요...그래도 이익금은 있어야지요..."
    "1600불 주세요...괜찮으시겠어요?"
    "드려야지요..."
    그때 바이올린 선생님이 주인 아저씨께 사정을 하셨지
    " 에구 더 잘 해 주세요.."

    아들아 기억하지?
    우리는 너무 많이 깍은게 아닌가 해서 나오면서 계속 마음 아파 했고
    주인 아저씨는 우리에게 더 많이 다운시켜 주지 않아서 미안해 했고.
    형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100불 정도 더 주고 왔어야 한다고 하고..

    아들아 !
    엄마는 오늘 마음이 너무 좋단다. 정말 살만한 세상인 거 같더라.

    "나도 물건 살 때 못 깍는데 어머니는 더 못 깍으시는 거 같아요.."
    하시던 바이올린 선생님 말씀에 우리 넷이 막 웃었지?
    어쩌면 우리는 비싼 바이올린을 산 것 보다 더 행복한 바이올린을
    손에 갖게 된 거야...그치?

    이제 고사리 손에서 시작된 네 바이올린 솜씨가
    때로는 시골 어느 조그만 교회에서 ....이웃에게
    때로는 네 삶의 빈터에서 조용히 울려나 네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널 자랑스러워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엄마가..... 200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