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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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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경험


BY 밥푸는여자 2004-06-23


    지난 여름 한국방문 했을 때 일이다.
    여름 바람치고는 꽤 상큼한 바람이 불어주던 날이었을거다.
    명학 전철역 플렛홈 벤취에 앉아 있었고 오는 이 가는 이
    구경하는 일  아...그 또한 참으로 즐거운 일 아니던가.

    옆에서 뭔가 쫙쫙 찟는 소리가 들려 돌아다 보니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쓰레기통에서 주어
    온듯한 신문지를 코 풀기 적당한 크기로 조각내어
    찟고 있었다. 한손에 수북히 들고서야 만족한 듯
    씨익 웃으시다 그만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 (무안..)

    묻지도 않았는데..
    "그만 급하게 나오느라고 손수건을 두고 나왔네.."
    하신다.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한마디 곁들여..
    "하루종일 다니려면 여러장이 필요해서.."
    "네"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보니 가을하늘이
    미안해 할 만큼 높고도 아름답다. 앗차...

    얼른 가방을 열고 손수건을 꺼내 할머니께 드렸다
    "하루종일 다니시려면 손수건이 필요 하실거에요
    신문지로 닦으시면 얼굴에 검정 잉크 묻거든요.."
    하며 내 손수건을 드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유없는
    배려를 받으시는 할머니께서 미안하시다며 손수건을
    받아 드셨다. 남의 배려를 감사하게 받는 분 이신거보니
    그 할머니 역시 살아오시며 남에게 배려를 하신 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께서 고마운 마음에 연실
    "이렇게 반듯한 손수건을 아까워 어찌 쓴데요.." 하신다.

    그러고 보니 칼같이 주름이 잡혀 다려진 손수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코 풀기는 아깝기는 하겠다.
    완전 전시용 내지는 접대용 손수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ㅡㅡ;;
    얼른 신문 파는 자판대로 가서 휴지를 사들고 할머니 옆에 앉았다.

    " 할머니, 아까 그 손수건은 불편 할테니 저를 주시구요
    오늘 하루종일 이 휴지 가지고 다니며 쓰세요.."
    할머니는 손수건보다 덜 부담스러우셨는지 휴지를 얼른
    받아들고 미안하고 고맙다 하시며 어쩔 줄 모르셨다.

    내 마음도 아주 편해지고 입가에 살살 웃음이 나는거다
    답지않게 불어주는 바람 탓에 사람 마음이 이리도 바뀔 수  
    있긴 하는가보다.. 헌데 문제는 바로 곁에 서서 처음부터
    되어지는 모든 일을 참참히 보고 있었을법한 어느 아짐..

    글쎄 그 아짐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거 아닌가 마치
    수사관처럼 날 쏘아보는거야... 미치~~ 흐미..오마나 ㅠㅠㅠ
    계속 흘깃거리는 눈초리가 지금까지 상큼하던 기분을
    파악~~ #$%%#@ 하는 거 아닌가..혹시, 나를 음..

    괜히 오래 앉아 있다간 괜한 그 아짐 자꾸 마음에 죄 짓게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
    난 나는 할머니께 인사를 꾸벅!! 하루 잘 지내세요..
    그러곤 유유히 플렛홈 끝으로 갔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기분 별루였다. 아직 모르겠다. 그 아짐 아마 나를 수상한
    여자로 봤을는지.. 치~~ 난 아닌데..정말 착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어쩌다 팥쥐가 콩쥐 흉내 한 번 내려니 자연스럽지 않았던게지..
    그러니 그런 취급을 받지..담부터 정말 착하게 살아야짐 (비질비질.ㆀ)
    그 아짐 정말루 나를 미운 생각 가지고 쳐다보진 않았겠죠?
    허지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잠시 행복할 수
    있었던 경험 그거 얼마나 유쾌한 경험인가.. 그 할머님 그날
    하루종일 기분 좋으셨을 것이고 나 또한 그날 기분 좋았거든..


    http://밥푸는여자.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