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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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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꼬마들


BY 밥푸는여자 2004-05-22




    " 나가요, 사살이에요.."
    읽기에 도움을 주자면 '내가요 세살이에요..
    이 말은 민지가 세살 되던 생일 날 한 말이다
    (뒷줄 까만 옷 입은 귀여운 꼬마)

    다섯살인가..이 시대 최고의 순딩이 수현이가 말한다 (앞줄 맨 왼쪽..)
    " 지혜야, 민지가 나한테 언니라고 말 하지 않아.."
    세살 좀 지난 지혜가 야무지게 답 한다 (앞줄 연두색 쉐타..)
    " 그런 말은 민지에게 직접 가서 말 해야 하는거야 .."

    여섯 살된 상현이가 말 한다 (지혜 오빠..)
    "엄마, 집 하나 얻어 주세요.."
    "...??? "
    "유치원 다니는 아무개하고 같이 살고 싶다" 고 ㅡㅡ;;;

    그 엄마가 물었다
    " 넌 나중에 니 각시하고 엄마하고 누구 말 들을꺼야?"
    한참을 생각하던 상현이가 말한다
    " 내 색시 말 들을꺼에요..."
    이런 괘씸할..이렇게 생각이 들었다고 하길래 이렇게 말 해줬다..
    그건 그만큼 상현엄마가 지혜롭게 잘 살아 준 거라고..
    집안에 색시 말을 들어 그 집안의 분위기가 좋았으니
    그 아들이 그리 말하는 거 아닐까..

    며칠 전 서연이 엄마가 아이를 낳았다
    덕분에 서연이는 이집저집 슬립 오버를 하며
    평소에 부탁부탁..해야 할 수 있었던 일을 자연스레
    허가 낸 슬립오버의 재미를 톡톡히 보는 모양이다
    이곳 훼밀리 하우징 (대학에서 운영하는 집)에 사는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서연이 전성시대가 되었다
    왜냐하면 공식적으로 함께 잘 수 있으니..

    서연이는 병원에 엄마와 아기가 있다는 것
    새롭게 동생이 태어나 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 보다
    동가숙 서가숙에 더 관심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

    민지네 집..
    세살 민지와 네살 서연이 함께 잠을 자기로 했다
    위층 침대엔 언니 윤지가 자고 아래층 침대엔
    서연이와 민지가 누웠다..새벽 한시가 다 되도록
    서연이와 민지는 잠을 안자고 킬킬 거린다..

    윤지가 시끄러워 잠을 못자겠다고 하소연하자
    민지 엄마는 아래층 것(?)들을 혼내주고 불 꺼!!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일분도 안돼 까르르 웃는 소리가
    천장을 뚫고 하늘 별 속으로 스며 들었다
    별들도 눈을 반짝이며 웃었을꺼다
    창을 뚫고 이웃집 창안으로 스며 들었다
    잠 자던 이웃도 잠결에 웃었을꺼다

    그네들 고만고만한 지금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을까
    무슨 웃을 이야기가 그리 많아
    잠도 안자고 키득거리며 온 밤을 새워
    결국엔 다음날 유치원에 남들 수업 받는 시간에
    또 다른 꿈을 그리며 꿀잠을 잤을까..

    민지엄마..
    수업료 내고 왜 잠을 자는거야..
    이렇게 말하며 행복하게 웃는다..

    정말 궁금하다
    그아이들 달빛과 별빛을 초청해 얼굴에 묻고
    가슴을 맞대고 소곤소곤..무슨 이야기 했을까..
    어쩌면 몇날이 지나 물어보면 함께 잠을 잤다는
    기억..웃었던 기억 뿐일거다..
    기억의 바다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형체만 남아 있을 뿐
    그 내용은 입질 조차 못하고 추억의 바다 진흙 층에
    쌓여 갈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들 자라며 추억의 바다에서
    그 시간 그 추억을 건져 낼 수 있을까..
    내 유년의 바다를 뒤집어 보니
    내용 보다 형체만 fade in......

    부디 저 고운 아이들
    살아가며 악한자들에 눈에 띄지 않고
    지혜롭고 건강하고 맑게 잘 자라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