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향과 소리가 있으며 그것이 각 계절마다 다르다.
더군다나 사람소리가 나지 않는 고요한 이른 새벽에 느끼는
것은 세상 언어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아쉽지만 오직
가슴으로만 그려진다. 각 계절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전령사는 있을 것이다.
불과 한달 전 온 동네 길 가장자리는 1m 가까이 눈으로 쌓여
있었고 쌓인 눈과 눈 사이로 걸을 때 살짝 이는 바람은 차가
운 눈雪을 스쳐돌아 얼굴에 차갑게 닿았고 뭍어나는 그 향은
분명 겨울향이었다. 말이 겨울 향이란 것 이지 사람 마음이
얼어있을 때 어떤 향도 만들어 낼 수 없듯이 어쩌면 겨울 향
이 그럴 것이라는 느낌 뿐일른지도 모르겠다. 결국 얼어있는
그 어떤 것도 어쩌면 향을 낼 수는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부터 바람의 향이 봄 향으로 바뀌었다. 나뭇가지 끝
마다 혹은 길섶에 옹기종기 파릇하게 돋아오르는 연한초록의
싱그러움을 눈으로 보기 전부터 이미 봄은 코 끝에 느껴지는
향으로 가슴에 끌어안게 되는 바람으로 오는 것인가보다.
바람이 휙~ 스쳐지나면 느껴지는 향.. 그것은 바로 얼었던
땅이 녹으며 오르는 흙 내음과 땅 아래 싹들이 힘겹게 몸부
림치며 오르는 땀 내음이 섞여 나는 것 일른지도 모른다. 봄은
모든 오감을 통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코 싫지
않은 시각적 청각적 느낌들을 가져다 주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살기위해 제대로 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발하는 사람
의 향은 봄 향 보다 더 소망적이며 아름다운 향이다. 맡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때로는 외면을 당할찌라도 분명 나我라는
개체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일원자들로써 연합하여 善을
이루어가는 하나의 모양새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귀로 듣는 소리는 또 어떠한가 사람이 주물鑄物로 만든 鐘이나
풍경만이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바람이 비스듬이 부는 날
이면 鐘을 닮은 초롱 꽃에서도 동동동 종소리가 난다. 물론
소리 뿐 아니라 향까지 발하며 노래를 부른다 어쩌면 꽃들은
꽃이 진 다음날부터 죽은듯 계절의 줄을 서서 제 소리 제 향을
발發할 날을 기다리며 땅 속 음습한 곳에서 제 소리와 향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억지소리 같을지도 모르겠으나 분명 꽃의 움직임에도 진동수가
있을 것이며 그 소리 또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박쥐의 청각 기능은 인간의 청각보다
10배가 높은 210,000 헤르츠의 고주파이며 돌고래의 청각기능
은 280,000 헤르츠로 볼 때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향은 고작
20,000 헤르츠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의 복잡한 사고에 더하여
상황들이 주변소리들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마음의 눈과 귀를 그분에게 향할 때 꽃의 진동수 뿐만 아니라
사람마음의 진동수까지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갖게되지 않을까..
자연친화적 더하여 창조주에게 친화적인 사람일수록 온 몸으로
계절을 느끼게 될 것이며 그 향에 취하여 더불어 봄 빛의 따사
로움과 봄 향의 부드러운 향긋함처럼 함께하며 서로 세워가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가는 일에대한 작은 즐거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비록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삶이라 할찌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