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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항아리처럼
BY 밥푸는여자 2004-02-22
질항아리처럼 / 김미선
내 좋은 이들
질항아리처럼 이웃하고
비가 오면 비 담고
눈이 오면 눈 담아도
서로 그러려니하며 살 수 있다면..
햇살 좋은 날
뒤뜰 감나무 아래 해 들거든
비껴가는 햇살 탐하지 않고
바람 좋은 날
뒷산 찌르레기 노래 장단 울리거든
빈 항아리 울림 고아 제 장단에 춤추거든
속내 구석구석 바짝 말렸다가
이도 담고
저도 담아 그리저리 살 수 있다면
삶의 바람에 조금씩 흔들려도
넌 내 속에 들어와 잠기어 비추이고
난 네 속에 들어가 잠기어 비추이며
세월의 강 고요히 흐르며 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