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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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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사람인가


BY 밥푸는여자 2004-02-10

 
 어질어질 걸음을 떼어 거울 앞에 서니 핏빛이 붉게 번진 
눈동자는 전날의 피곤함을 보여준다 어제 밤 모임에서 몇몇이
어디가 몹시 안 좋은 것이냐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럴 때
마다 할 수만 있다면 핏기 없는 누우런 뺨을 손바닥으로 따갑게
쳐내서라도 붉게 물들이고 싶다 이미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연출에
도가 트인 것이라 생각했는데 얼굴 색은 감추지 않아지는 것을 보면
모든 이치는 들어오고 나감이 같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고 이야기하고 며칠째 죽으로 때운 허기로 되도록 많은 밥을 맛있게
먹으리라 야무지게 마음 먹고 먹었다. 우걱우걱..이마에서 끈끈한 땀이
흐르고 등 뒤에 흐른 땀이 식어가니 한기 마져 느껴졌다.
미시간의 겨울 탓이라 친절한 아낙이 위로 삼아 귀뜸을 해 주었지만
부어오르는 몸과 출렁이는듯한 물기운은 차갑고 딱딱한 겨울 땅 속
깊이에 무에 그리도 강한 자석이 있는 것인지 하루 왼 종일을 온 몸을
바닥으로 끌어당기고도 부족하다. 겨울 바다를 가고 싶다 그 앞에 서서 바다물이 출렁이다 몸살이 나버릴
만큼 커다랗게 내 좋아하는 찌고이네르바이젠을 듣고싶다 그곳에서
사라사테를 만나 물어보고 싶다 어떤 감동으로 곡을 그렸는지..툭 ~
끊어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줄..말총 활이 툭툭 끊겨져 나가고 나면
존재감조차 상실되어버리는..반질반질 닳아버린 턱 밑께로 눈물 자욱
흐리게 번져 녹슨체 다락방에 주인 잃고 더 이상 강하고..끊어질 듯 여리게
삶을 그려가지 못할 것이더니만 축음기 속에 살다 이제는 얇다란 시디판에서
쏘아대는 빛의 굴절로 다시 살아나는 그 소리는 사람이다 그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말을 한다 절망도 희망도 그대 삶의 양념이라며.. 바다앞에 서면 희망이 생긴다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는다 하여도 끼륵끼륵 바다새 소리도 수만리 바다길을 달려오며 숱한 모양으로 옷 갈아 입은 바람 소리도 내게는 살아 있음에 느껴지는 생명의
환희이다 떼를 지어 물을 차고 하늘 높이 날으는 바다새의 생생한
생명력이 힘찬 날개를 만드는 것이라면 깊은 바다 속 물고기는 강한
지느러미가 되어주길 소망하며 그리도 빨리 헤엄쳐가는 것일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 앞에 누군가가 서 있을 때 바다 만큼이나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내 말이 바다새 소리나 바람 소리만큼 생명력 있는
호소력으로 지친이들에게 삶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희망일 수
있을까 그리하지 못하는 내 삶일찌라도 내 영靈은 힘차게 헤엄쳐가는
물고기 지느러미같아 날마다 강해지는 훈련을 해야 함이다. 삶을 대하는 경거망동함이 어찌보면 무거운 산등성이를 어렵게
오르거나 깊고 검푸른 大海의 짖누르는 무게를 치받고 올라 은빛햇살을
실어 나르는 아침 해를 대함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일출의 장엄함도 그
찰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온 종일 세상에 섞여 하루종일 밝음의 가치
조차 헤아려지지 않는 가벼운 은혜라 접어 던져버릴 수 있겠다 누구
에게나 값 없이 주어진 보배로운 선물들이 때론 허접한 것으로 취급을
받아 어제라는 이름으로 구겨 넣어진다 적어도 타인의 날들은 내게
그러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게 허락되어진 날들이 그러하지 않을진데
귀한 줄 모르고 흘려 버리는 하루의 긴 시간들에 비해 찰라의 장엄함
조차 지어내지 못하는 나..
 어떤 사람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