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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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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청개구리였다


BY 밥푸는여자 2004-02-05

    한평생을 청개구리로 살아왔다 적어도 삶을 내 삶이라 여기는 그날부터.. 한평생을 타향살이라 살아왔다 적어도 삶을 나그네라 여기는 그날부터.. 어릴 적 내 아버지는 참으로 재주가 많으셨던지 하모니카..장구..기타..맨소리로 자신을 지어가셨다 어두움이 온 동네를 덮고 개 짖는 소리마져 가뭇거리면 아버지의 기타 소리는 담을 넘고 연기처럼 동네 골목길을 휘휘 저어 다녔었다 사는 것이 그러하다며.. 아버지께서는 주어진 당신 삶의 청개구리로 사셨다 모르겠다 젊은 시절에는 몸이 말하는 소리 마음이 말하는 소리에 정상의 개구리처럼 사셨는지.. 그러나 내가 아버지를 알고 당신 삶을 드려다 보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청개구리셨다. 돈 대신 쌀을 들고 이른 아침 대문을 두드리던 가난한 노인들의 쭈구러진 피부에 얼음보다 차가운 침 바늘을 따뜻한 손으로 꼽았으며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젊은 의사의 어눌한 입술의 말을 눈 웃음으로 건네 받으며 마음의 짐을 가볍게 가슴에 지고 병원 복도를 걷기도 하셨던 아버지는 청개구리셨다.. 즐겨부르시던 노래 중 타향살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아버지 부르시던 그 노래가 내 눈꺼풀을 무겁게 눌러올 때 나는 잠이 들었었다. 나중에야 노래가 아니라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모르는 척 하고 살았을 뿐이다. 지금 나는 더 이상 타향살이를 부르지 않는다. 오래 전 교회 모임 야유회가 있었다. 그때 모두들 찬송가..가곡..복음성가를 부르는데 내 차례가
    되어 타향살이를 불렀다. 하나 둘 뒤를 돌아다 보는데 그네들
    눈동자가 말을했다. 쯧쯧쯧 하고.. 하지만 나는 버스가 뿌연
    먼지를 툴툴 흘리고 지나는 길 모퉁이에 초라한 공동묘지를
    보면서 노래를 불렀다 아버지께서는 내 몸의 약함을 걱정은
    하셨지만 내 육신에 깃든 몹쓸 병을 아시지 못하고 가셨다..
    정말 다행이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나도 아버지처럼 청개구리였다. 몸이 무엇을 말하는지 마음이 왜 그리 말하는지 전혀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해야한다는 당위성과 내 삶의 계획대로
    살았었다. 학교 진학을 위해 어린나이에 부모를 떠나 홀로 서울
    생활을 해야한다는 타향살이의 외로움 조차 알지못하는 청개구리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아버지 가실 그때에도 내 마음이 말하는대로 말하지
    못했다. 청개구리처럼..아버지 가시고 한평 남짓한 아버지 집 앞에서도
    내 마음의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개골개골 ..가끔 삑싸리나는 개골.. 몸이 병들고 마음이 낡아지고 다른 청개구리들이 하나 둘 툭툭 튀어나와 온 천지가 청개구리
    세상으로 보여진 지금에야 비로서 내가 청개구리인것을 알았다. 이제 몸이 시키는대로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싶어도 몸도 말을 듣지 않고 마음도 말을 듣지 않는다. 내 남은 삶이 내게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네 삶도 타향살이라며.. 하늘이 뿌옇다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