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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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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BY 밥푸는여자 2004-02-01

     
    
     눈을 감으니..
     베토벤은 늘 피아노 건반위에서 춤을 춘다
     아침에 귀를 간지럽히는 소나타 17번..
    백야.. 지지않는 해 보다 멈추지 않는 눈송이들의 춤 바람이 온 밤을 하얗게 밝혀주었었다.. 며칠째 풀리지 않는 몸의 나른함으로 입술은 물덩이 하나 이고 얼얼하니 엄살을 피운다.. 점점.. 때리고 사라지는 채찍을 가진 사내처럼 베토벤의 영혼은 격렬히 마음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내 신발.. 나 태어나면서 곱게 싸인 체 내게 온 신발이다 발에 맞지 않아 철퍼덕거리며 끌고도 다녔고 온 몸의 힘을 모아 신발에 나를 맞추려했었다 꼭 맞는 신발은 아니었어도 생의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바닥은 애증으로 반질반질 닳아버려 이리저리 미끄럽고 거죽은 덕지덕지 떨어져 기운자국들이 선명하여 가슴이 시리다 다 닳아 마음에서 떼어 버린 후 내 영혼 자유함을 누리리라 베토벤.. 그가 사라졌다. 눈을 떴다. 가는 바늘이 삐걱이는 마찰음으로 동그란 공간만 어지럽힌다 창밖은 여전히 눈이 내린다 휘~ .. 눈 바람이 달음박질 한다 창을 활짝 열었다 폐부 깊숙히 숨을 들이 마쉰다 풀냄새 보다 더 진한 알싸한 눈 향이 피어 오른다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