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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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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기적


BY 밥푸는여자 2003-12-31

    눈이 오는 밤에는 사물이든 생명이 있는 미물이든 세상 모든 존재는 잠들어 있는 
    것같다. 입안에서 만들어지는 상품화된 단어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의성어 의태어가 
    있다면 아마도 눈이 내리는 것을 표현하는 것 일게다. 추상적인 단어나 의인화하여 
    혹시 다른 동물이나 식물은 빗대어 표현을 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눈이 내리는 소리나 모양새을 어찌 표현 할 길이 없는지라 언제부턴가 눈 내리는 
    소리를 겨울 별이 부르는 별의 노래라고 생각하여 표현하기로 했다.
    
    미개한 사람일 수록 오감이 발달되어 있다는데 눈이 나쁜탓인지 청각과 후각이 
    남보다 훨씬 발달된 나는 분명 미개한 사람이며 더하여 밤 귀가 얼마나 밝은지
    깊은 잠이 들었다해도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잠이 깨는 것을 보면
    분명 미개한 사람중에도 아주 미개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낮부터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고 하늘 빛이 심상치 않아 혹시나 화이트 크리스
    마스를 맞게 되려나..하는 기대로 하루에도 몇번씩 창을 내다보았었다. 작게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발로는 성에 차지않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거 같았었다 
    밤을 새워야 할 작업(?)으로 일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내 귀에 사각사각 거리는 
    차가운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창을 여니 나무가지와 잔디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달빛에 반짝이는 설화들의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소복히 하얀 눈이 쌓여있는 길을 발자욱도 아닌 타이어 자국을 내어 두는 일
    미안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현관을 나서며 길이 235 넓이 7센티 정도의 신발 
    아래서 뽀드득뽀드득 앙증맞은 소리를 내며 밟히우는 눈 발자욱 소리에 유년의 
    동무들 생각이 나 눈물이 핑~ 돈다. 나이듦이라는 명제앞에 언제부터인지
    세상일에 두렵지 않음과 조금은 느리게라는 답(?)을 마음에 두고 미동치 않는
    혼자만의 세상을 그리게 되었는데 유독 유년시절로 돌아가면 바람에 흔들리는
    얕은 호수처럼 마음이며 눈동자위에 그 얇은 수막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예배당 주차장..한바퀴 곡예 삼아 휘~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이면 
    눈이 많은 이곳 새벽시간에는 어쩌다 띠엄띠엄 자동차 한대씩 지나갈 뿐
    늘 커다란 사차선 대로를 가로 질러 지름길이라 위험한 모험을 해도 문제가
    없는 곳인데 한대의 차가 세워져 있고 움직임은 보이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을 보니 흑인들이었다. 차를 천천히 몰아 지나치며 그들의 움직임을 살피니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나서 타이어 교체를 하고 있는데 볼트를 풀을 수 없어
    이런저런 행동을 취해 보는데 난감해 하는 거 같았다. 날이 엄청 추운데 맨손
    으로 움직이는 그가 안돼 보여 장갑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 자동차에 비상
    용으로 둔 목장갑을 꺼내어 그네들에게 다가갔다. 
    
    목장갑이니 눈雪에 금새 젖어버리고 손은 더 시려워지고.. 혹시 AAA 멤버쉽
    카드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중에 한 사람이 답한다..그 카드를 갖는 것은
    바램일 뿐이라고..그랬구나. 일년에 50불 정도 지불하는 비용도 낼 수 없는
    사람도 미국땅에는 있구나.. 그러고 보니 자동차도 아주 오래된 것이였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그네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AAA 카드를 빌려주는
    일이다. 도로상에서 문제가 급히 생겼을 때 일년에 한번 도움을 받는다해도
    아깝지 않을 비용이라는 생각에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꼬박꼬박 지불했던
    것인데 드디어 유용하게 쓰일 기회가 된 것이다.
    
    내 카드를 빌려 주겠다고 했더니 의아한 눈빛과 너무나 반가운 눈빛이 교차
    됨을 보았다. 바람이 엄청 분다..나만 혼자 내 차에 앉아있기 미안한 마음에
    함께 얼은 발을 동동 거리며 이른 새벽이라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뚜우~ 뚜우~.. 저편에서 들리는 또랑또랑한 여자음성 
    이것저것 신원조회등등을 마치고 나서 로드멘이 도착하려면 사십분 후쯤이나
    가능하다고 한다. 각자 차에 돌아가서 기다리고..
    
    드디어 렉카차가 왔다. 윙윙윙~~ 기계 몇번 돌리니 나사가 빠지고 바퀴는 금새
    교체되고 내 신분증과 카드를 확인하고 렉카차는 휘리릭 가버렸다. 혹시 이런
    저런 정황을 물어 볼 것에 대비하여 그네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말하라며 
    시나리오를 꾸몄던 잔머리가 머쓱~ 해졌다. 정비공이 사라지고 한명이 지갑을
    꺼내더니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묻는다. 
    
    난 돈이 필요해서 한 일 아닌데..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내가 말했더니 그들이
    웃는다. 그러면서 내게 해 주는 말 ' 당신은 하늘이 보내 준 천사에요' 졸지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천사취급을 받았다..그네들이 말한다.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난거야.. 차를 돌려 집으로 오려는데 계속 그 차가 따라온다. 갑자기 불안
    한 마음이 들었다. 도와준 사람 따라와서 이 컴컴한 새벽에 어쩌자는걸까..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계속 따라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하는데 겁이 났다
    착한일 하고도 나쁜일을 당할까..등등 여러 생각이 교차되는데 그들의 차가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주차를 한다. 그리고 아파트 지하로 내려갔다..
    
    따뜻한 방에 돌아와 몸을 녹이니 생각도 녹는다 미국 땅에서는 함부로 지나가는
    차를 도우려 하지 말라..돕고 싶다면 차라리 전화로 911에 위치나 상황을 알려
    주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라고 누누히 들어왔건만 왜 난 그 생각이 그 순간에는
    얼어버린 것일까..다행이 좋은 사람들 만나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거 기적이다^^
    더한 것은 그 사람들이 바로 같은 아파트 지하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더 자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