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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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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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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무엇이냐묻는다면


BY 밥푸는여자 2003-12-16

     
    
    오래동안 집을 비우게 될 때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사람마다 각기 재밌는 답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갖은 것 
    없고 입성이나 먹성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내 염려는 늘 
    자식처럼 돌보며 다독거리던 화초들이다 지난 달 급작스레 한국 방문을 
    하게 되었고 돌아 올 날짜 조차 가름 수 없는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약 없는 염려로 집을 비워 두고 떠나며 몇 분盆 되지 않는 화초에 정수
    물을 받아 한 수저씩 떠 먹여 주며 다녀 올 동안 외롭고 무섭더라도 죽지만 
    말고 잘 견뎌 달라는 억지 소리를 하며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 주었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여 화초에 사랑을 주는 일을 
    대신하고 싶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유난을 피우는 일 같기도하여 마음 
    바램으로만 그네들이 외로움을 잘 견뎌 주길 바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
    와 짐을 채 떨구기도 전에 눈길이 간 곳은 외로움과 배고픈 설움을 견디지 
    못한체 옆으로 누워버린 화초들이었다. 곁으로 다가가 미안하다는 말을 
    몇번씩 들려주고 축 쳐져버린 잎들을 손으로 만져주며 거짓없이 떨어져 
    있는 동안 얼마나 염려를 했으며 미안한 마음으로 시간들을 보냈었는지를 
    말 해주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세상 모든 것들은 어쩌면 배고파서 죽어
    가는 일보다는 외롭고 사랑에 굶주려 죽어 간다는 것이 더 합리적인 말 
    같다는 생각이다. 
    
    산에 어우려져 사는 나무들을 보면 몇날 며칠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피차에 저장해 놓은 뿌리와 줄기의 수액과 영양분들을 나눠 쓰며
    견디는 것은 아닐까..아무리 어렵고 고달픈 상황에서도 가족끼리 
    혹은 이웃끼리 더불어 살 수 있는 마음들이 있는 사람들은 잘 견뎌내지 
    않을까.. 물을 받아 한꺼번에 쭈욱 먹이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조금씩 
    조금씩 흙속으로 스며들게 했다. 사람 속이나 화초들이나 같을찌는 
    모르겠으나 오랜시간 메마른 체 있다 갑작스레 비집고 들어온 물기운에 
    혹 더 잘못 될까하는 염려 였다면 누가 내게 뭐라고 말하려나..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도 끝까지 해 보는데까지 해보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여느 집 고급
    스러운 화분에 담겨진 화초와 비교할 만큼의 고급스러운 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온 집안에 향기를 진동시켜 줄만한 그런 꽃도 아니고 어디
    가든지 싼 가격에 쉽게 사다가 얼마든지 다시 키울 수 있는 흔한 꽃
    들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화초를 사다 키울 때 이리저리 살펴 모양새나 
    혹은 식물의 건강 상태를 살펴 실한 것을 사다 놓는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
    뿌리 쪽을 살피고 뻗은 가지나 꽃들은 실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보기에 민망
    하지 않으면 사다가 실하게 키워 피차 서로에게 고마워 하며 지내는 일이 
    더 감사하며 기쁜일이라 생각하며 화초를 길러왔는데 집을 비우기 전까지 
    참으로 실하게 잘도 커 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사함을 갖게 했었는데 
    집을 비우는 긴 시간동안 외로움과 배고픔에 지친 화초는 소생할 기미가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내 믿기에..화초를 온갖 다둑거림과 희생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흙..
    그리고 더하여 내 마음과 손 끝에서 전달 되어지는 관심...그나마 실한 화초들이
    곁자리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는 바램..몸살을 앓고 있는 저 화초는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 아침마다 브라인드 사이로 비친 햇살을 쬐어주고 문을 열어 상큼한 
    공기가 살짝살짝 그네들을 스치니 계절이 바뀌어 감을 알것이고 빈 가지 끝에 
    내려 앉아 쪼로롱쪼로롱 노래하는 새들의 속삭임까지 곁들여지니 외로움과 
    배고픔들이 조금씩 해갈이 되어가는 것인지 불과 며칠전만 하더라도 정말 
    내다 버려야하나 했던 화초들이 고개를 빳빳히 쳐들고 방실방실 웃는 아기 
    입같은 도톰한 이파리에 부드러운 털이 곰살곰살 움직이고 사포시 꽃망울을 
    내밀 것 이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고.. 감사가 나오고 추책스럽게 눈물도 나오고..
    이런 마음..그리고 감사를 뉘 알랴..그렇게 죽어가는 화초들이 다시 살아났다. 
    내 감성도 그렇게 살아났으면 좋겠다..이 겨울에..아침나절 밤사이 내린 눈이 
    추운 날씨 탓에 길이 얼었는지 그만 자동차가 팽그르르 돌아버렸다. 아들은 
    온 몸이 긴장이 되어 목덜미가 아프다고 ㅠㅠㅠ  잠시 정신이 멍~ 했었는데 
    이리저리 올 겨울 어찌 보내야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화분에 꼿꼿히 살아 
    방실거리는 화초 덕분에 감사함이 충만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