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왜 슬프지 않고 아프지도 않은데 울보가 되는걸까..
지나가는 바람 뒤 꼬랑지를 부여잡고 울고
불어오는 수선화 향 코끝에 깊이묻고 울고
돌틈사이 비집고 올라오는 제비꽃 보고 울고
마른 가지에 살짝 움터 오른 연초록 잎 보고 울고
눈이 부시도록 노오란 개나리 핀 언덕을 지날 때 울고
상수리나무 기어 올라 거꾸로 내려오는 다람쥐 보고 울고
갓난아이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에 맑고 투명한 눈 맞추며 울고
아침햇살 너울너울 타고 종달종달 노래하는 종달새 소리에 울고
종치기 아저씨 흥얼 거리며 절뚝절뚝 종탑으로 오르는거 보고 울고
굵은 주사 바늘 푸르른 혈관에 꼽고 맥없이 웃는 아이를 보고 울고
그리고 말끔하게 치워진 주방에 앉아 내 살아 있음이 감사해 울고
울고울고울고울고또울고울고또울고울고울고울고또울고울고울고울고
그러다 사람이 나타나면 웃음이 나는거야 베시시..
사람 앞에 서면 울음이 뚝 목에 걸리는 거..나이 든거지?
왜 나이들면 좋은일에 울음이 나고 아픈일에 웃음이 날까
참 이상도해라 결혼식에서는 젊고 고운 부부 백년해로하며
아름답게 살라고 마음에 펑펑 굵은 눈물줄기가 커다란
내川를 이루는데 장례식에서는 세상 모든 거 훌훌 털어버리고
아름다운 소풍길 떠나는 사람 부러운 마음으로 웃고 말이지..
거참...거꾸로 사는 건가봐 나이 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