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84

행복한외박外泊


BY 밥푸는여자 2003-11-12

    따르릉 ~~~~~ 새벽기도 중에 교회 사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설교를 하시던 목사님.. 그리고 몇사람의 교우들이 전화 벨 소리에 고개가 돌아가는데..목사님께서 예배 중 교우들에게 미안스러워 하시는 말씀..이 새벽에 오는 전화라면 잘못 걸린 전화일거라구..순간..혹시 정말 급한 교우가 전화를 한 것인지 모르니 받아 보셨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씀을 드리니 얼른 가셔서 받으시는데 점차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설교 마무리를 다 하시고 얼마전 아이를 낳은 산모가 열이 올라 병원에 어제 오후에 입원을 했는데 이제는 신생아가 열이 밤새 올라 아이를 돌보던 외할머니가 전화를 하신거라고..얼른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과 교우 몇몇이 그 집을 향했다. 어두움이 채 가시지 않은 거리.. 자동차 세대가 긴 침묵으로 무겁게 달린다.. 집에 당도하니 할머니라 하기엔 너무 고운 분이 계신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는 내 나이게 할머니가 되었다 ㅋㅋ 양수가 미리 터져 자궁 감염으로 입원한 딸 걱정보다 손녀가 밤새 열이 올라 끙끙거리니 겁이 난 친정엄마..알콜이 있으면 챙겨 달라는 말을 건네고 아이를 받고 입술을 이마에 대었다 속으로 '이상하네 열이 없는데..이만하면 괜찮은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벽에 교회까지 전화한 그 마음을 생각하니 그런 말을 하면 되지 않겠다 싶어 걱정 많이 하셨겠어요 하는 말을 하고 얼른 아이 옷을 열어주니 아이가 내 품에서 쌕쌕 잠을 잔다.. '이상하네..아까까지 잠 못자고 칭얼거렸는데...' 하시며 무안해 하신다. 목사님께 아이를 건네고 기도를 부탁드렸다 차가운 기운에 아이가 깨어 꼼지락 거리고 얼른 받아 다시 품에 폭 안고 다둑거리니 잠을 잔다..아마도 아이가 엄마가 없어서 아픈거 아닌가요 하고 말하고 나도 무색해 웃어버렸다 헌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일 보다 2주나 먼저 태어난 아이 갑자기 엄마 냄새를 맡을 수 없어 마음이 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으면 의사에게 예약해서 병원에 가자며 잠든 아이를 두고 왔는데 혼자서 잠도 못자고 시차 적응도 채되지 않은 외할머니의 수고가 마음에 걸려 지낼 수 없어 전화를 드리고 갔다. 저녁은 먹고 가겠으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그러니 염치 없지만 너무 고맙다고 하신다 도착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들만 둘 키우고 있는 나..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었다 내용인즉 딸이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조금 남겨두고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을 것인데 신랑자리가 빨리 유학을 떠나야 하기에 결국 딸은 남편을 먼저 공부 시키고 나중에 자기가 하겠다며 휴학을 하고 함께 이곳으로 온 것이다 사실 이곳에 와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을 보면 사는 것인지 뭔지 모를 정도로 공부에 매달려 있다 더군다나 친정 어머니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딸 잘 키워 공부도 제대로 못 마치고 남의 아들 밥 해주고 자식 낳아주고..더하여 당신 아들은 플로리다에서 박사공부하고 있는데 마침 밥을 먹고싶어도 시간이 없고 귀찮아 빵으로 때운다는 전화를 받은 후 사위가 와 부랴부랴 따뜻한 밥과 국을 끓여대는 자신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나중에 내 며느리 친정 어머니께서도 이런 마음이 들겠구나 싶으니 정말 피차에 서로 잘하고 살도록 배려함이 시어머니 자리로써 해야 할 도리인가 싶었다.물론 아직 시어머니가 되어보질 않아 뭐라 확실한 마음 적어 갈 수 없지만 느끼는 바 컷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이들 데리고 잘 터이니 다른 방에서 푹 주무시라고하니 얼마나 피곤에 지치셨는지 염치를 무릅쓰고 그리 하겠노라고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밤새 아이는 수 차례 꼼지락 거리고 손길을 요구한다 아이가 밤새 끙끙 거리는데 아마도 뼈와 살이 차 오름에 온 몸이 간질거리고 힘이 들어가는 것을 친정어머니는 아이 키운지가 하도 오래되어 잊으셨는가 싶었다 밤낮이 바뀐 꼬멩이가 밤새 나를 훈련시킨다. 사람 손 끝이 제 몸에 닿아야 잠을 편하게 자는 것을 보고 역시 에미를 떠난 불안함에 그리도 울고 열이 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의사 역시 그렇게 말했다는데..그 아빠되는 의현씨는 설마요..하더라....... 새벽에야 한바가지 실례(?)를 하고 시원스레 씻기고 나니 새록새록 잠이 깊게 드는 것 같다 새벽기도 갈 시간이 되어 준비를 하려는데 깨어 나신 친정 어머니 께서 미안한 얼굴로 나오셔서 모닝 커피 한잔을 주신다. 아이가 잠을 못 잔 몇 가지 이유를 설명한 후 이렇게 이렇게 하니 잘 자더라고 말씀드렸다. 한 마디 더하여 곁들여드렸다 아마도 세상 모든 에미들 그리 힘들어도 아이 한번 방끗
    웃는 미소에 온 시름이 다 사라지는가보다고..이 글을 쓰면서도 아이가 컴컴한
    방에서 우유를 먹으며 배내짓으로 웃는 미소가 아직도 환영처럼 컴퓨터 화면에
    둥실둥실 떠 다닌다. 엇저녁 나는 아주 행복한 외박을 했다..아이가 보고싶다
    내 육신의 피곤함끝에 대롱대롱 달려온 영롱한 행복감 무엇과 비교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