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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보인다는거
BY 밥푸는여자 2003-11-09
<슬퍼 보인다는 말..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보여지는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喪服으로 검은 색을 입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
어쩌면 가장 화려할 수도 있고 침울 할 수 있는 색깔일 것이다
어제 한국을 떠나 경유지인 일본에 도착하여 디트로이트로
갈아 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자리에 백일도 되지
않았을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젊은 엄마 두 사람이 있었다.
이곳이 교육도시인 관계로 유학생들이 많아 유학생
남편을 둔 여인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아이는 우렁차게 울고 있었고 또 다른 아이는 아주 조용했다.
일별一瞥로 그치고 머리를 돌리려는데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검정 색의 숱이 많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 아이를 보고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백일도 채 안될 거 같은 아이가
왜 그리 슬퍼 보였는지..말로 표현하라면 그 이유를
뭐라 딱히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다.
비행기 멀미를 하는지 귀 뒤에 귀미테를 붙이고 있는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아이 엄마는 아니라고
답하고 아이를 가슴띠로 안고 있었다. 나와 가끔 눈이 마주친
그 아이는 여전히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으며 숱이 많은
새까만 머리카락을 곱게 가르마를 타고 색깔 고무줄로 이마
위로 올려 가운데로 하나 묶고 양 옆으로 총총히 묶어 두었는데
적당한 곱슬끼가 있어 새하얀 얼굴과 어울려 보기에 아주 이뻤다.
큰 소리로 울고있는 옆자리 아이에게는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가지 않고 자꾸 새까만 머리의 아이에게 눈과 마음이 갔다.
엄마가 우유를 타는 동안 의자에 앉혀 두었는데 중심을 잡지
못해 옆으로 자꾸 밀려 옆으로 쓰러지려는 아이를 엄마의 양해를
받아 안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여린 가벼움으로 안기던지..
가슴에 폭~ 안아 등을 토닥토닥하며 속삭였다.
"슬픈 얼굴 하지 마.."
"아가야 세상을 밝고 환하게 살거라.."
"건강하거라..행복하거라.."
눈을 감고 등을 두드리며 귓속에 속삭여주었다.
비행기안에서 먹일 우유 두병을 꼼꼼하게 준비한 엄마에게
아이를 돌려주고 나니 아이가 내 쪽을 빠꼼 쳐다 본다.
엄마는 아이 이름을 부른다..유빈아 ~~
열 세시간의 비행를 마치고 도착하여 맨 마지막으로 나오니
마중 나와야 할 아들이 나오질 않았다. 이리저리
공항 주변을 걷고 있는데 우렁찬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노란머리 파란 눈의 가족들 품에
아까 그 아이 둘이 각기 안겨있다.
그랬구나..
입양아들이었구나..
여전히 한 아이는 서양 엄마 품에 안겨 우렁차게
울고 있고 아일 달래는 새 엄마와 그 가족들은 행복한
미소로 아이의 이곳저곳을 만지고 살피며 기념촬영을 한다.
제 감정을 나타내는 우는 소리의 크기 만큼이나
제 삶도 야무지게 꾸려나갈 것 같은 알 수 없는 믿음이 간다.
허나 머리가 까마니 슬퍼 보였던 여자 아이는 또 다른 여인의
품에서 여전히 조용하게 눈을 아래로 내리고 있다.
갑자기 내 가슴에 얼음같이 차가운 비수가 꽂힌다
주체 할 수 없는 아픔이 시린 가슴을 치받고 목구멍을 지나
눈 속으로 모여드는 동안 따뜻한 기운으로 바뀌어 달려든다.
유빈아..
네 이름이 유빈이었지..
잘 살거라 피부 색이 다른 미국 땅
네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체 이 땅에 첫 걸음을
하게 된 네게 괜스리 내가 미안타..잘 살거라
슬프지 말거라 그리고 가끔 네 이름 기억날 때면
네 이름 부르며 생면부지인 내가 네 삶을 평탄함을 위해
기도하리라.. 아이는 내 눈에서 멀어져간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 나갔다. 지금쯤 어느 낯선 집 침대에 홀로 잠들어 있겠지..
낳아 준 부모에게서
널 잠시 맡아 키워 준 누군가에게서
그리곤
아주 잠깐 널 이곳에 데려 온 어느 여인의 품에서
그 짧은 네 생의 시간 속에서 몇 인연들을 거쳐
자리 잡은 네 삶의 안식처에서 부디 행복하게 자라거라..
어쩌면 너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터 밭으로
모종이 옮겨진 것이라 생각하거라.. 유.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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