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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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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허롭다


BY 손풍금 2004-05-28

  요즈음 소설공부를 시작하면서 글을 쓸수가 없었다.

함께 하는 문우들는 국문과 교수진, 국문학을 전공하고 또다시 문창과에 재 입학하여 공부하는 소설가 지망생, 이미 등단한 소설가들 틈에서 내 작품은 지적의 대상이였다. 가장 기본적인 띄워쓰기 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지적을 수도 없이 받고 보니 당황하여 멀쩡하게 잘쓰던 낱말조차 헤깔리며 틀리기 시작했고 그들 틈에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 조차 민망하여 얼굴이 뜨거워 혼자 끙끙거렸다.

  몇개월 동안 가슴앓이를 하다 함께하는 문학회 국어교사 동인을 불러내어 " 뭐가 뭔지 당체 모르겠어요. 조사와 어미와 명사와 부사와 형용사와... 저 이렇게 기본적인것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소설을 쓸수가 있을까요."하고 몇개월을 속내에 담아두었던 창피함을  접어두고 속시원하게  털어놓았다. 몇시간 마주앉아 설명을 듣고 나서야 예전 배웠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르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확한 띄워쓰기는 자신이 없다.

  소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생업으로 이어가는 장사를 접기에는 무리가 있어 오후부터 수업이 시작되어 아침 일찍 장에 나와 장사를 하고 점심시간을 넘어서면 수업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고속전철을 타고 서울에 도착하고는 한다.

젊은 작가들과 어울려 인사동 골목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다 밤기차를 타기도 했다.

천상병시인의 아내가 운영한다는 "귀천" 찻집을 가는길에 외국인들이 몰려있는 인형가계에서  딸아이가 아끼는 마로니인형 은비에게 입힐 고운 색동한복을 선물로 사기도 했다.

그리고 장터로 돌아가 다시 내 생활에 충실했다.

 

   어둠이 내린 장터거리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는데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윈도우 부러쉬를 작동 시키면서 길게 뻗어가는 자동차 불빛이 멀리서 스멀스멀 쓸쓸한 기운으로 달려든다.

머리속이 비어지면서 가까운 사람을 떠올려 본다.

이런 날 스스럼 없이 전화해서 내 이야기를 좀 들어볼래, 하고 마주 앉아  긴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가난해도 단정하고 넉넉하고 여유롭고 싶어, 비록 장거리에 앉아있다 해도 결코 함부로 보이는것은 싫다. 그런것 이해할수 있겠니? 나는 어느 자리에서건 내 자리에서 빛을 내는 그 자리에 꼭 어울리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어,

오늘은 참 마음 아픈일이 있었어, 사람과의 교류라는 것, 그게 말이지 꼭 내마음대로 다 되는것이 아니라 서로 어긋나는 감정으로  교감이 다르고 정서가 다른데 그게 어디 내 마음갔겠냐고, 그게 화가 되어 돌아오니 말이지 , 미워하는 사람을 갖지 말라고 했지?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고 좋아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로우니......

장거리에서 제일 부러운 모습은 내 나이 또래의 부부가 손 꼭잡고 걸어가면서 다정하게 이야기 주고 받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릿해 눈가가 뜨거워 진다.

부모님 모시고 장터에 나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면 어찌나 부럽고 아름다운지 눈을뗄수가 없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다시 서늘함이 깊어지네.

얼마 전, 누군가에게 "나 기운이 하나도 없어, 지쳤나 봐. 할때도 나는 기운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싱싱한 딸기를 베어먹으면서 이야기 했는데도 조금도 신이 나지 않았거든"

사실 그래, 요즈음 별반 사는것에 대해 심드렁해졌어,

아이들이 성장하고 조금씩 자기세계를 구축하면서 내 말을 자꾸만 밀어내고 있어.

지난번 어버이날엔  일주일 전 부터

"이번 어버이날 꼭 엄마 가슴에 꽃 달아줘야해, 아주 예쁜꽃으로..

꽃 안달아주면 엄마 골부린다. 골만 부릴거 아니고 가출할거다. 진짜다."했는데

그리고 혹시 용돈 떨어져 꽃 못살까봐  용돈도 올려 주었는데 이 녀석들이 내 말은 콧구멍으로 들었는지  딸아이는 시험기간이라고 학원에 밤늦게 오며 지쳐있고 ,

아들녀석은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구겨진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꺼내 내 가슴에 달아주며 엄마, 고맙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는데 눈시울이 매워지대... 그래도 그 감동 감추면서

 

나는 "엄마, 화났어"
"왜, 엄마?"

엄마가 예쁜꽃 안사주면 가출한다고 했지. 너네 엄마가 준돈으로 쫀디기 사먹었지, 치사한 녀석 (꽃사달라고 돈주는 나는 또 뭐여?, 더 치사하다). 이꽃 삼백원이지?(꽃가격까지 말하고 있는 나는 더 더 치사하다.)

두녀석 나를 쳐다보더니

헤헤... 엄마아. 엄마가 꽃사오면 낭비한다고 싫어할줄 알았어.그래서 플라스틱꽃으로 산건데 화내지 마요. 청소로 대신할께, 나는 설겆이 "하는 녀석들,

 

히~

 

그래도  왜 이렇게 허허로운 거지, 눈 안에 검불이 들어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