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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맞아보셨나요?


BY 손풍금 2004-05-01

 오늘 아침 뉴스에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온다고 안 나갈 내가 아니지요.

(돈귀신이 붙었는데..우히히히)

기온이 스산한게 자꾸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되고 내가 앉은 자리 옆에 서있는 벚나무 가지에선 이미 진 꽃들이 바람한번 슬쩍 지나가면 후투루 헛꽃들이 우수수 떨어지는게 마치 꽃비 내리는것 같았어요.

 

나는 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다 벌떡 일어나 파라솔을 걷으니 주위의 장꾼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며 저 여자가 왜 저러나 하는 눈초리로 내 다음행동을 바라본다.

약속이나 한듯 차례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마른꽃잎이 날리는데 갑자기 주체할수 없는 웬 센티멘탈...

"왜 파라솔 걷어요? 저 화장품위에 꽃잎 떨어지는것 좀 봐...파라솔에 비닐 둘르려고?

지저분한 꽃 잎사귀 안떨어지게?"

 

"...헤...... 아니요. 꽃비 맞을라구 파라솔 걷은거예요."

 

"?????"

 

"그럼 나 파라솔 빌려줘"하고 서로 빌려달라 쳐다보는게 이상하다.(저거이 제 정신인가. 하는 눈초리로...)

 

다슬기 파는 아주머니에게 얼른 갔다 드리고 나는 벚꽃나무 아래 앉아 꽃비를 맞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입술이 자꾸 마르는게 기운이 떨어지고 울컥울컥 뜨거운 열이 목을 타고 넘어 오기도 하고 떨어지는 꽃이 갑자기 눈 싸래기 같은게 으슬으슬 추워지며 갑자기 서러워지더니 입술이 꾸욱 다물어 졌다.

 

아플라나 보네. 집에 가야지.

주섬주섬 물건을 차에 얹고 옆에 있는 과일점에서 끝물 딸기와 방울 토마토를 사서 증권회사 화장실로 들어가 씻어 운전석 옆에 놓았다.(왜 하필 화장실이냐고 해도 할수 없다.ㅡ.ㅡ;)

"저 먼저 갈께요."하니

"왜 갈려고? 나왔으면 해저물때까지는 있어야지"하시는데

 

"아플려나봐요. 그냥 갈래요"

 

"많이 아파? "

 

"네. 나 아픈데 내가 위해줘야지 누가 위해주겠어요"하는데 내가 안아프고 장난하는줄 알고 주위사람들은 웃는다. (웃긴.. 나는 아픈데)

 

"벚나무 이파리 날릴때부터 파라솔 걷는데 좀 심난하기는 했어, 가서 몸 조리 잘하고요."하는 다슬기파는 대청댐아줌마는  공주 아줌마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아줌마 입니다.

 "아줌마. 다슬기좀 한공기만 주세요. 푹고아서 된장국물 좀 들여마실래요"

 

"그래요. 어이구 딱해라.그러고 보니 얼굴이 창백하네"아주머니께서는 다슬기를 담은 봉투에 부추와 시금치도 같이 담으며 "이것 넣고 푹 고아요. 그래서 얼른 일어나야지. 그래도 젊으니까  금새 괜찮아질꺼요. 나는 아파도 미련하게 종일 앉아있었는데 그래야지, 내가 내 몸 안챙기면 누가 챙기누, 맞다 맞어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신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싱싱한 딸기를 베어먹고 토마토도 먹고 입안에 물기를 가득 채워 넘겼다.

종종 몸이 지칠때 하는 행동이다.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 서서 전에 언니가 아이들 먹이라고 붙여온 보약 남은것과 아컴의 올리비아님이 뉴질래드에서 전해온 녹용도 한봉투 따먹고 이곳 저곳 보약이라고 생긴 비슷한것들을 찾아내어 몸에 좋다고 생긴거는 다 주워먹고 보일러 틀고 이불뒤집어 쓰고 누웠다.

학교 갔다 돌아온 아이들 방문 열어보고 깜짝 놀란다.

"엄마, 일 안나갔어?"

.........

 

"엄마, 왜 일 안나갔어? , 이 딸기는 누가 다 먹었어? 토마토는 이것 밖에 안남았어?"

...............

 

"엄마. 왜 누워있어? 나 학원 가야해 , 밥줘"

 

"...........엄마 아퍼. 네가 밥 찾아 먹어"

"엄마, 아파?"

 

"응"

 

"그럼 엄마 아프면 우린 어떻게 되는거야?"

 

"........뭬이야? 이넘의 자식들이. 야 , 이 넘아. 엄마가 아프다는데. 엄마 걱정은 안하고 너희들 걱정만 하냐?"

생각이 커진 아이들이 금새 엄마의 지쳐버린 어리광을 읽어버렸는지

"아니야. 엄마, 미안. 우리가 해먹을께 , 방에 안들어오고 귀찮게 안할께. 문잠그고 나갈께. 약사올까? 병원 같이 갈까요? 엄마 아프지마. 아프면 안돼 '

금새 풀이 죽은 아이들을 보니 아파도 아프면 안되겠다.

 

조용해진 방안에서 꾹꾹 열을 내리느라 신음소리를 내는데 전화가 온다.

입만 벙긋하면 남편이 잘해준다고 자랑하는 왕비병걸린 영란이다.

오늘은 내가 영란이 말 못들어준다,각오하고 전화를 받았다.

 

"나 오늘 외롭다"영란이는 수화기를 타고 말했다.

왕비병걸린 영란이가 외롭다니 쬐끔 아픔이 가시는게 기운이 난다. 내가 심술이 많아서. 히히

 

"왜 외로운데?"

"몰라,남편이 잘해주는데도 외로워. 그런데 너는 안외롭니? 하긴..너는 외로운거 모르지? 좋겠다.

나 지금 너무 외로워서 남편한테 전화해서 오늘저녁 외식하자 하니 회식있어서 안된되잖아."

..........

 

"이렇게 죽도록 외로울땐 어떻게 해야해?"

(지금 내게 묻는말이냐. 이 얄미운 가시내야)

 

"어떻게 하느냐고? 펑펑 울어, 가슴이 뚫리도록 한번 울어봐"

"눈물이 안나와, 울일이 있어야 울지"하는 지극히 영란이 다운 말씨.

 

"그럼 내가 대신 울어줄께. 전화끊어"하고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는데 나는 그냥 영란이 한테 심술이 나서 얄미워서 내가 대신 울어준다고 그냥 한 말인데  정말로 그냥 한말인데 갑자기 약속을 지키려는듯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잠긴문을 두드리며

"엄마, 엄마, 많이 아파?. 문 열어봐, 엄마 아까 말 잘못했어. 문 열어봐."

..........아니. 안 아파. 나으려고 우는거야. 울어서 이젠 안아파. 엄마 다 나았다.

 

 

이것 저것 막 집어먹어서 내 몸이 놀랬는지 오르던 열과 물먹은듯 녹신거리던 온 몸이 가벼워졌다.

한차례 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