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터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한 휴일을 접어둔 내게
"죽을 때 까지 한다며 뭐가 못믿어워 쉬지를 않고 장터를 비우지못하는지 미련하긴.." 하는 말을 들었을때도 그냥 내자리에 앉아있는것이 좋아 키득거렸다.
"언니, 봐 봐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물건해와서 조금씩 이득붙이며 팔아서 남는돈으로 빚을 갚아나가니 발목에 꽁꽁 묶여 감겨 있는듯한 쇳덩어리가 무거워 걸을때마다 제자리에 서있는듯 했는데 이제 그 무게가 조금씩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는걸요. 그래서 나는 좋아요. 얼마나 좋은데요, 어쩌면 날아갈지도 몰라요"했을때는
"그럼 좋고 말고,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채워지게 되어있으니 너무 무리 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했을때 사실 마음속으로는 나도 몇날은 사는일을 접어놓고 여스님들이 수도하고 있는 고요한 산사에 찾아들어가 일주일만, 아니 딱 삼일만 쉬었다오면 참 좋겠어요.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이러다 쉬면 긴장이 풀어져 병난데요". 하고 말았다.
"장돌뱅이의 희망가"란 부제를 놓고 2주 전부터 지방방송에 출현하기로 했다.
첫날 토요일은 눈이 너무많이와서 같은 대전권이였지만 길이 미끄러워 갈수가 없어 펑크가 났고 일주일후로 밀려난 두번째 토요일은 시국이 하.. 수상해서...그시간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대한 특별뉴스로 이어졌다.
일을 접고 발걸음을 돌릴수가 없어 녹화를 해놓기로 하고 방송에 들어갔다.
함께온 경북의 장돌뱅이 김씨 아저씨는 물건을 팔때 노래를 부르며 손님을 불러들인다고 했다.
"있을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을 패러디해서
"있을때 사요.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래를 흥겹게 불러 보고있는사람을 즐겁게했다.
옆에 앉은 각설이행색을 하고 나와 엿장사를 하는 젊은 부부도 각설이 한판춤으로 승부를 한다고 했다.
모두들 나에 대해서 궁금하다 했다.
말도 없고 목소리도 크지않은데 어떤식으로 장사를 하느냐고 했을때
"어떠한 좌대도 쓰지않고 물건을 흙위에 올려놓아 눈높이를 가장 낮은자리로 낮추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어보다가 앉습니다.
이왕 앉았으니 필요한것 골라보자 해서 이것 저것 골라봅니다.
한가지만 구입하려다 여러개를 구입하기도 하지요. 한번 앉게 되면 적지 않은 시간이니 시시콜콜한 집안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앉아있는 내 자리쪽으로 다가오며 무얼 팔고있나 고개를 거북이처럼 빼고 보지요. 그러다가 그 사이를 비집고 앉습니다. 한번온 손님은 제 단골손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단골손님은 또다른 손님을 몰고옵니다. 목소리는 적지만 그게 제 영업방침입니다.
난전 장사는 어떤자리를 맡게 되냐에 따라 그날 매상이 좌우된다지요?
"저는 새로 찾는 장터엔 무조건 장끝으로 갑니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알아낸것이 시골장터의 황금자리는 농협부근이라는것을 알아냈습니다.
농자금의 돈줄이 끊이지 않는곳, 토요일도 영업을 하는 농협, 돈찾아나오면서 가장 맨처음으로 돈걱정 안하며 물건 집어들수 있는곳, 농협근처에 자리잡자. 그래야 살아남을수 있겠구나 했지요" 했을때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지요.(흠~ 흠~ 요즈음 잘난척이 심합니다요.)
방송 잘 끝나고 돌아오면서 그길로 장터로 달렸습니다.
어제는 공주장 이였다.
2 년 전 몇번와보고는 다시 오기 시작한 적은 한달 전 이였는데 처음 갔던 그 날
물건을 펴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나를 품어 안으며 "풍금님~"한다.
뒤돌아 보니 아줌마닷컴의 설리언니. 서예하러 가는길이라며 혹시하고 되돌아 보았다는데 맞다면서 환하게 웃는얼굴이 어찌나 반갑던지 .. 낯선곳이였음에 찾아들던 서먹함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설리언니로 인해 갑자기 공주장이 다정해 졌습니다요..헤.
다시 찾아와 자리를 비울수없다는 내말에 김밥을 놓고 가는 설리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인연이라는것이 꽃향기처럼 세상속으로 이어지는구나 감사했다.
몇번의 장을 찾아 점점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터쪽으로 향했다.
백제약국옆엔 서점이 있었다.
서점앞에 빈공간이 놓여있어 서점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러 인사를 하러갔는데 고개도 들지않고 안된다 했다.
백제약국 모서리 자리에 앉아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서점 가장자리에 서서 유리창에 붙은 월간지 포스터를 넘어서 서점안에 진열된 책들을 까치발을 딛고 바라보면서 잠시 잠시 행복했다.
2년 전 손님이 나를 기억하고 있어 화들짝 놀라며 반가워했다.
어떤 손님은 길건너에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다가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가슴이 따뜻해져 세상에 무서울것도 두려울것도 없이 기운이 넘쳤다.
어제 공주장.
내 옆 두블록 넘어서 농협이 있는데 그곳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원예 농협 좌측화단과 우측화단사이에 내 화장품 놓으면 딱 맞는 그런 공간이 남아있다고 그곳으로 다음장부터 들어오라고..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채 가보니 그곳이 딱~~~ 내 자리일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