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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


BY 손풍금 2003-08-17

부지런히 서둘러 장터로 가는데 추부면 지나면서부터인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름끝에서 가을초입으로 들어서는 입구를 지나는것 같은데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아님 이대로 장터로 향해야 하는지 어쩔까 싶어 잠시 갓길에 서있다 장터로 가기로 했습니다.

왜냐구요? 가을이니까요....

가을부터는 더 열심히 일할거라고 혼자 도장찍고 약속했거든요.

 

빈 장터거리.

장꾼은 온데없고 징검다리 연휴에 아무래도 여름휴가로는 마지막날인지 지나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파라솔을 치고 혼자 부지런을 떨었지요.

혼자 부지런을 떨면 뭐해요. 비는 내리고  손님이냐고 손가락으로 세어도 채워지지않는걸요.

제가 하는짓이 늘 이래요.

날씨 좋은날엔 집안에서 뭉그적거리다 해 중천에 뜨면 나가고

날 궂은날엔 부지런 해지자 뛰어다니고...

 

반팔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었는데 부슬부슬 한기가 느껴지고 어깨가 움추려드는게

하 이상해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8월 맞지? 9월달 아니지?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간혹 그런적 있잖아.. 쓰레기통옆에 잔설이 남아 겨울인줄 알고 앞섶여미고 돌아서는데   

노란개나리가  골목 담장에서 쫑긋거릴때 내가 얼마나 난감했는줄 아니? ,

그런적 너도 있지? 나만 있는거 아니지?

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땀흘리고 앉았었는데 지금 많이 춥네

잠시 내가 생각할 여유가 없어 며칠을 건너뛸수도 있잖아,

아니면 긴 잠을 잘수도 있고 그런때 종종 있었거든.. " 나는 간곡히 말하는데 친구는 어이없어 했다.

 

"아.. 너 쉬어야겠다. 좀 쉬어,, 어떡하면 좋으니 ?" 하는 친구

 

"...............?? 그건 그렇고 지금 확실히 8월 달 맞지?"

 

"그래, 8월 이야. 엊그제 광복절이였고.. " 전화를 끊고

보고있던 신문을 펴서 무릎을 덮었습니다.

 

무릎서부터 발목까지 전해져오는 따뜻함이라니..

집을 잃고 거리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이 덮는 한장의 신문이 주는 온기를 그대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노트를 펴고 거리를 스케치할수도 있었구요.

벼이삭패기도 전에 금새 추위가 찾아와 수확이나 제대로 할수 있을런지 농군들이 풀어놓는 걱정을 함께했을땐 괜히 많이 미안해졌습니다.

여름옷 정리하기도 전에 가을이와서 처분하지 못한 옷을 바라보고 긴한숨 내쉬는 장꾼을 모르는척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속마음으로 모두가 잘되기를 당신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고 그대도 행복하고 우리모두 행복하길 바라고 바랬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비가 오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많이 멋에 취해있지요?

 

술도 안마셨는데...진짜예요. 술 안마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