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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BY 손풍금 2003-08-11

(지옥의 묵시록)
(피아니스트)
(아이 러브 샘)
(올리브나무 사이로)
(나쁜 남자)
(이도 공간)
(클래식),

이틀밤을 새기에는 영화 한편 더 필요할거 같아 무엇을 고를까 머뭇거리다
보고나서 괜히 봤다 꼭 후회하는 일본영화앞에서 머뭇거렸다.

옆에 서있던 딸아이가 "엄마, (집으로)는 어때?" 하고 묻는다.

"싫어, 가난은 지겹다"
하고 나니 이게 딸아이한테 할소리인가 하고 금새 후회했다.

"그건 아니고 (쉘위댄스)보려고, 기분전환하게"하니

"춤도 하나도 못추면서, 대한민국사람 다본 영화는 안본대. "하고 퉁새를 넣는다.

"(집으로)에 나오는 시골할머니 이야기 ,
영화 아니라도 엄마는 장터에서 맨날 보잖아, 그래서 안보는거야. 사실."

감자스낵 종류대로 사서 한아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과자봉투 풀고 영화보기 시작~!!

장국영의 자살 전 마지막모습이 담긴 이도공간은 안개속을 헤메고 있는듯 시야가 흐려지고 답답했다.

음악과 영상이 너무 아름다와 딸과 함께 두번이나 영화관을 찾았다는 루시아언니의 호평에 꼭 빌려봐야지하고 기다렸던 (클레식)을 틀며
책보고 있던 딸아이 꼬드겨 옆에 앉히고
"엄청 재미있대, 재밌다. 그치? 참 아름답지"하고 좋아하는 나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던 딸은
"저게 엄마는 재미있어? 그럼 혼자 실컷 봐.."하고 나간다.
(저런 나쁜 계집애.. 유치하다꼬? 야.. 정신연령이 나보다 높다.잘났다. 유영비)

아이러브샘을 보며 딸아이는 내 얼굴을 자꾸 쳐다본다.
"엄마, 안울어?"

"왜 울어? 저게 슬프니?'

"야.. 우리 엄마 이제 드디어 사는데 지쳐 눈물도 다 마르고 감정도 사라지고 냉혈인간이 되었네."

"잉? 그런가 보네. 그런데 너 어른이지?? 맞지????
오늘은 여기까지 보고 나머지는 내일보자."하고 누웠는데 귀밑이 따뜻하다.
손을 뻗던 딸아이는
"어, 엄마 베게 젖었네, 감정이 뒤늦게 전달되는 모양이네..히히"

전쟁영화는 재밌다. 언제보아도 흥미진진하다.
두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만나는 동지애는 무엇보다 지극한 인간애로 출렁거린다.

지옥의 묵시록에 이어 "피아니스트"를 보는데
언제 왔는지 우리 딸.
"엄마.. 야.. 대단하다. 너무 감동적이다. 우리 엄마도 저런 시나리오 쓸수 있으려나.. 와... "
(저거시..누구 기죽이는데는 뭐 있네..)
"실화니까 더 감동적일거야."
전쟁과 평화, 동지와 적군의 경계를 순식간에 무너트리며 피아노 선률이 폐허된건물속에서 그림자처럼 흐르더니 더할수 없는 선율로 마음을 적신다.

우린 감자스낵 먹던걸 멈추고 둘이 마주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아주 만족한 영화다.

쉘위댄스를 틀어넣고는 초입부 부터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웬지 곰팡이 냄새가 느껴지기시작하더니 잠이 쏟아졌다.
한잠을 자고 나니 이미 테이프는 다 감겨 버리고 말았다.
일본영화 다시는 안볼테다. 진짜로...
늦잠을 잤다.

오늘 라디오 방송있는날인데 차시간을 놓쳐 허겁지겁 딸아이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40분이나 메인진행자를 기다리게 했다.
방송 원고를 들어보니 "집으로"라는 영화가 적혀있었다.(이런..젠장할~)
어쩌지.. 틀림없이 저 영화에 대해 물어볼텐데.. 난감했다.
예상대로 진행자는 "집으로" 영화보셨지요? 하고 묻는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요"하고 겨우 목소리를 꺼내놓는다.
아이고.. 챙피해...

집으로(?) 돌아오는길. 함께 같던 딸아이는
"엄마, 내일 "집으로"영화 꼭 봐. 알았지? 내 말 들어 앞으로..응?" 한다.

나는 ............응..했다. ㅡ.ㅡ;

지금 딸아이가 빌려온 (집으로) 영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