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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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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아저씨


BY 손풍금 2003-07-30

눈빛을 찾아낼수 없는 새까만 안경을 쓰고 마이크를 목에 건 아저씨가 자리를 펴고 앉는다.
장거리에서 사람을 불러 모을수 있는것은 구수한 입담이다.
적당한 음담패설에 귀가 솔깃해지는것은 지나가는 아저씨들인 모양이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
구성진 노랫소리에 열무단 이고 가던 아주머니도 지팡이에 의존해 걷던 할머니도
좁은자리 비집고 아저씨를 마주보고
땅바닥에 철버덕 주저앉는다.

양은냄비 두개 내놓고 수세미를 들고 아저씨는 냄비에 광을 내기 시작한다.
몇번의 손놀림으로 냄비는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 날개처럼 반짝반짝 거리기 시작한다.
그 깨끗해진 냄비를 바로 코앞에 앉아 경이롭게 바라보던 할머니는 냄비를 들고
"이거로 색경해도 되것구먼, 얼마나 깨끗헌지 얼굴이 다 보이네.참 용하네, 금새 새것이 되어버린게.'하고는 주머니를 풀어 천원짜리 하나를 내놓는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하나씩 달라 손을 내미니 금새 양동이에는 천원짜리로 가득했다.

신이 난 아저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구경꾼 아저씨의 자전거 챙살도 광약묻혀 닦아주니 금새 새자전거가 되었다.
자전거 주인은 신기한듯 바라보다 수세미를 하나사서 주머니에 넣고 패달을 밟으며 돌아간다.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의 금목걸이도 내 놓아보라 하고 반짝거리게 닦아낸다.

그걸 바라보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다가가 반지를 내놓는다.
수세미아저씨는 약을 묻혀 반지를 돌아가며 닦아주고 이거보라며 때가 말끔히 가신 금반지를 건넨다.
반지를 받아든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세상에, 아저씨, 이 반지알 깨졌잖아요. 이게 얼마짜리인데. 물어내세요. 이거 순 엉터리 아냐?"
앉아서 구경하던 한가한 사람들이 이 돌발된 상황에 놀라 하나둘 일어나 두어발자국씩 물러선다.

반지주인 아주머니는 아저씨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해놓으라 해놓고
수세미 아저씨는 내가 그런게 아니다. 원래 깨진것 아니냐며 따지지만 마이크를 놓아버린 수세미아저씨의 목소리는 한없이 작아졌고 반지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구경꾼들이 귀를 막게 할만큼 높아져만 갔다.
급기야 경찰이 오고 금방으로 함께 들어간다.
금방 주인 아저씨는 반지알인 광석은 이 약품으로 깨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듣고서도 몇번이나 큰소리가 오고 갔다.

손님들 하나, 둘씩, 수세미아저씨주변을 떠나고 아저씨도 말할 기운을 잃었는지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에 땀을 닦아내다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왜, 가시게요, 아저씨?" 하니
"가야지요. 기운없어 못하것네"하는데 곁에 있던 누군가가
"오늘 일진이 안좋으네요, 다음장에 와서 많이 팔고 가요:하자

"내 이 장엔 두번다시 안오리다"하고 일어서며 돌아가는데 아저씨 눈빛이 보이지 않아 참 다행이다 싶었다.

어떤땐 썬글라스가 필요하기도 하네요.
오늘처럼 이따금씩 미운사람 보이기도 하는날엔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