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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


BY 손풍금 2003-07-30

유치원생정도 되보이는 여자아이와 두서너살 아래로 보이는 사내아이의 양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져있다.

아이의 엄마는 손수건을 꺼내 사내아이의 손으로 녹아 떨어지는 아이스크림을 닦아주며 녹아내린 부분을 한입베어 물었다.
그 순간 자신의 아이스크림이 엄마의 입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고 사내아이는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이의엄마는 당황하며
"울지마. 녹아서 그래. 엄마가 집에가서 다시 사줄께, 이것봐.
옷에도 묻잖아. 엄마가 먹고싶어서 먹은게 아니고 네 옷버리고 손버릴까봐 베어먹은거야"하고 이해를 시키느라 천천히 말을 하며 아이를 다독였지만 사내아이는 장터가 떠나갈듯 앙칼진 울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오가던 사람들이 그아이에게 시선이 멈추고 급기야 사내아이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양쪽발을 뻗대며 곧 뒹굴 태세였다.

다급해진 엄마가 안아 일으키며
"저기 슈퍼에가서 다시 사줄께. 가자" 해도 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빠져나가 바닥으로 다시 뒹굴기 시작했다.
엄마의 인내심은 한계가 보이고 있음이 얼굴빛에 다가섰다.

옆에 서있던 여자아이는 동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기를 반복하다 급기야는 동생의 등을 두드리며

"누나꺼 줄께 일어나. 엄마 화 많이 났어"하며 자신의 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동생의 손에 건네주자 작은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받아들었는데 아이스크림을 건네준 큰아이가 다시 제가 건네준 아이스크림을 얼른 빼앗아 한입베어먹고 주자 작은아이는 또다시 목이 끊어질듯 울어대며 아이스크림을 땅바닥에 던졌다.
큰아이는 자신의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지는것을 본순간 울먹거리며 엄마의 눈치를 보았고 아이엄마는 사내아이를 때려주기 시작했다.

"못됐어. 이게."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격정에 차올라 서러워질때로 서러웠고 장을 보러나온 할머니들은 전후사정도 모르고
"아이 때릴때가 어디있다고 그렇게 때리나. 달래야지. "하며 한마디씩 하는데 아이엄마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그모습을 보자 내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엄마손을 잡고 따라간 장터의 난전에 놓고 파는 빨간 스웨터가 내마음에 쏙 들었다.
언제 엄마손을 놓았는지 그것도 잊어버리고
그 옷앞에 앉아 정신을 놓고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스웨터앞에 달려있는 반짝이 목걸이를 만지면서 그 옷을 들어 뺨에 대보기도 하고
그런데 어디서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엄마가 나를 찾고 계셨다.
"
엄마아.."하고 부르자 나를 발견한 엄마가 뛰어오셨고 내손을 잡아 일으키며 엉덩이를 펑펑 때리기 시작했다.
"엄마 잊어버리면 거지 될려고 해? 엄마 손 꼭 잡고 놓치 말라고 했지?"하면서 때리셨는데 내 울음은 엄마를 놓친것에 대한 불안함때문이 아니였고
그옷을 갖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기에
그것을 갖지못하는 속마음에 애가타 울어대기 시작했다.
내 울음소리에 놀란 어머니께서 나를 바라보다가 그 빨간 스웨터에 내눈길이 떨어지지 못하는것을 찾아내고는 그 옷에 시선이 멈추고는
가만히 서계셨다.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더 서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웬지 떼를 쓰면 그 옷이 내 차지가 될것이라는 그런 생각.

어머니는 일곱살이였던 작은 내게 열두살짜리 스웨터를 달라고 하면서 소매를 몇번이고 걷어 새옷을 입혀주셨다.
온통 세상이 빨갛고 노랗고 고운 색깔로 채색되었던 그 시절,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초등학교 졸업할때까지 겨울이면 내 목을 감싸주던 반짝이 목걸이가 달린 스웨터였다.

아이의 엄마가 화가 난것과는 상관없이 내 어린시절이 떠올라 회상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다가가
"이놈~! 여기서 울면 할아버지가 잡아간다"하고 무서운 인상을 쓰자 사내아이는 엄마품에 바싹 안긴다.

"울면 할아버지가 데리고 가서 주사맞추고 고추 떼어간다"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이번엔 울음소리가 뚝 끄친다.

금새 장거리가 조용해졌다.
아이의 엄마는 걸음을 빨리해 아이를 데리고 멀어져갔는데
좀전의 그 할아버지 헛기침 두어번 하고 돌아가는데
나는 속마음으로 "망태할아버지~!"하고 불러보았다.

그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머니에게 다시는 떼를 쓰지 않고 착한 딸이 될수있는데
세월은 앞서서 오늘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