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 오늘저녁은 뭘 해먹을까?"
"엄마, 어제는 생선구이 먹었으니까 오늘은 좀 색다른 결로 하는게 어떨까요?
오늘은 야채가 듬뿍 들어가는 카레 어때요? 설겆이도 줄이고......"
"좋~아. 오늘저녁 메뉴는 카레다?
"OK!엄마"
"엄마, 오늘은 설겆이가 몇개 안될테니까 별이가 합니다. 아셨죠? "
인심까지 후하게 쓰는척 하는 큰딸별이를 나는 무지무지 사랑한다.
우와~ 황홀한 이기분......
"하늘아ㅡ 오늘은 유치원 갈때 어떻게 입고 갈건데?"
"엄마, 들어오지 마시구요, 조금 있다가 제가 들어와도 되요, 하면 들어오세요?"
"왜, 엄마가 보면 안되는거야?"
"글쎄 제가 다 알아서 입을테니깐요, 있다가 봐주기나 하세요"
헉-_-;
금쪽같은 아침시간이 흐른 얼마후 하늘이가 들어와도 된다기에 들어가 봤더니
핑크색과 노랑색을 제법 조화롭게 맞춰 입고 나왔다. 딱 하나 흠이라면
"양말이~ 양말이~ 양말이~ 검정이예요-_-;"
"별아, 너는 뭘할때 가장 신나고 재밌니?"
"엄마, 저는요? 컴퓨터 할때 제일 재미 있구요, 만화그릴때 너무 신나요"
"그러니? 멋진 취미구나. 그럼 공부할때는?"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냥 안하면 바보 되니까 할수없이 하는거지. 난 솔찍히 요즘 너무 피곤해요. 학원가야지, 검도 도 해야지...... 정말 내가 하고싶은 것은 시간이 없어서 조금밖에 못해요. 그래서 스트레스수치가 높아졌어요. 좀 쉬고 싶어요. 한달만 쉬면 안될까요? 그러고 나면 더 잘할수 있을것 같아요."
그녀는 내게 호소하듯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검도는 니가 원해서 시작했잖아. 그런데 왜 스트레스 받아?
여자도 운동 한두개 쯤은 할줄 알아야한다며 고른 너의 선택이면서......"
"네, 맞아요, 하지만 엄마도 그럴때 없어요? 가끔은 아무리 좋은 것도 하기 싫을때 있잖아요"
나는 대화중 잠시 내경우를 빠른필름으로 되돌려 본다.
그래 나도 그런적 많지. 아무리 내가 선택했지만 가끔은 무력감이 들때가 있었어.
그런땐 차라리 엉뚱한 일을 하는것이 더 효과적 이었어. 적당한 시간만큼 딴전을
피우고나면 다시 되돌아와 제자리를 찾게되는 안정감이 생겼지.
나는 과감하게 그녀를 놓아주기로 했다.
"별아. 모든걸 스톱하고 한달만 쉬자. 그렇게 하고나면 더 잘할수 있을거라 했지?"
엄마는 별을 믿으니까 니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보자."
"와~엄마 고맙습니다. 우리엄마는 역시 내마음을 잘 안다니까? 우리엄마 최~고!"
나는 그녀에게 또다른 선택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늘아. 엄마는 지금 산책할건데 너는 어떡할래?"
"엄마, 언니도 지금 집에 없고 저혼자 있어야 하는거네요?"
"음 그렇지.하지만 하늘이도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 하니까 이미 언니가 되어있는거야.알지?"
혼자서도 잘 놀고 지낼수 있으면 안따라와도 되고, 만약 안되겠다 싶으면 같이 가자."
"산책하면 얼마나 걸려요? 한시간 정도면 되나요? 그정도면 엄마혼자 다녀오세요.
혼자서 놀고있을수 있으니까. 한시간 지나면 제가 엄마핸드폰 으로 전화 할께요."
아직 작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생각을 내놓고, 결정하고, 선택하는 막내딸 하늘이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일곱살. 그녀의 생각주머니가 바다처럼 깊고 넓다는 사실을 오늘 새롭게 맛본다.
앞으로도 그녀의 생각주머니가 무한히커져가는 모습을 볼수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인다.하루면 이런 사소하고도 볼품없는 물음들을 흐르는 음악처럼 나누며 산다.
물음표(?), 뒤에는 꼭꼭숨겨진 또하나의 단어 하나가 소담스레 웃고있다.
그건 바로 "선택해" 라는 말이다.
"별아, 어떤책 읽을래? 네가 읽고싶은책 있으면 가져와봐"
아주 어린 아기때 부터 나는 아기에게 의식적으로 물어보는 훈련을 시켰다. 그저 엄마가 골라주는책, 아니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라든가, 그건 안돼. 라든가, 그런 수동적인 것들로부터 또는 부정적인 것들로 부터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기 생각에 의해서 행동하고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일을 결정할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었다. 방향을 잡아줘야할 부분만이 내몫이었다.
외국의 아이들과 우리나라의 아이들과 차이점 이라면 어릴때부터 우리나라 아이들은 엄마가 모든걸 다 처리해 준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성장에서도 일일이 엄마에게 물어보고 혼자 선택을 하려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첫아이 임신중에 비교적 책을 많이 접했고, 그 와중에 '선택' 에 관한 글을 읽고는 크게 공감한 바가 있어, 나는 어린 아기때 부터 선택하며 사는 재미를 심어주기로 했다. 지금에 와서 나는 너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선택권을 주었들때 바로바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줄 알고, 확실한 생각과 함께 과감하게 선택한다는것. 커다란 수확이 아닐까 싶다.
보석같은 두 딸을 낳은것이 내겐 참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라는 것을 요즘 새삼 느낀다. 하루를 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별처럼 쏟아지고 하늘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기진하여 잠들때 쯤이면 그것들은 소중한 나만의 책갈피 속에 주인공으로 스며든다. 마치 수채화의 그느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