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나타났다, 오바!"
하늘이의 예리한 시선에 꽃힌 까만 양복의 점 신사.(까만 점처럼 보이는 벌레가 멋지게 양복을 입은 것 같은 모습) 그건 바로 징글징글 하게 내 속을 썩이는 바퀴벌레의 지능적인 움직임 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뭐 먹을 거 없나'' 하고 거실을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의 예리한 시선은 완전히 "딱 걸렸어" 그 자체이다.
"너는 완전히 포위 됐다. 꼼짝 말고 머리 위에 손 얹어라 오-바"
나의 이 무서운 경고를 못 알아들었는지 꼬마 바퀴벌레는 사태파악 못하고 거실바닥을 배회하다 드디어 회색 양말을 신은 나의 두 발에 사정없이 포위되고 말았다.
"엄마? 바퀴벌레가 아직 어려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판단이 안 되나본데요?"
하늘이는 꼬마 바퀴벌레의 행동이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하늘아, 판단이 무슨 뜻인지 나 알고 말하는거니?"
"잘 생각하는 거조뭐." 한다 (오! 써프라이즈)
내 두발에 포위된 다음에야 꼬마 바퀴벌레는 허겁지겁 나머지 트인 두 방향으로 화살처럼 도망가려 안간힘을 썼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바퀴벌레 검거 방법을 나는 여전히 사용했다. 넓이가 넓은 포장 테이프의 끈끈한 쪽을 밖으로 나오도록 동그랗게 말아 바퀴벌레의 등을 콕 찍으면 여지없이 딱 달라붙는다. 포장 테이프가 워낙 넓은데다가 강력한 접착력까지 있으니 바튀벌레들은 그저 발버둥 칠뿐 "꼼짝 마" 다. 오늘은 몹시 재수가 없다고 생각 할것 같다.
옆에서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그림을 그리던 하늘이가 다시 말했다.
"바퀴벌레는 도둑이야. 우리 먹을거 훔쳐먹으니까."
가만히 있다가 별이가 또 한마디 툭 던진다.
"바퀴벌레는 변태야."
"왜?"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랬더니 하늘이와 별이가 이구동성 으로 하는 말,
"우리가 화장실 에서 오줌 눌 때 거기서 다 본단 말이예요"
나는 그만 뒤로 자빠질 뻔 했다.
"맞아, 맞아, 우리 아가씨 들이 화장실 에서 볼일 보는데 왜 거기에 들어가서 보고 있을까? 정말 변태다 변태." 와~(우비삼남매 멘트)
아이들의 생각은 참 깨끗하고 아름답다. 어느땐 기상천외하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동심의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린들 예쁘지 않을까. 아이들은 바퀴벌레를 남자라고 생각한다. 색깔이 까배서 그럴까? 만약 바퀴벌레가 짙은 밤색 이외에 노란색, 핑크색, 하늘색, 연두색......뭐 이런 색들도 있다면 어땠을까? 그런 예쁜 색은 아마도 여자라고 생각하고 더 다정하게, 미운짓을 해도 봐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바퀴벌레와 산지가 족히 1년 은 지났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 집으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첫 대면을 했을때 우리 모두는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친해져 일상의 재미난 대화도 나눈다. 하늘이 는 포장 테이프로 확 찍어서 잡기도 하며 성공 했다고 우쭐대기도 한다.
"그러게, 조용히 숨어서 재내라 그랬쟎니 바퀴벌레야~아"
하늘이 에게 붙잡힌 바퀴벌레는 또 한차례 훈계를 듣는다. 그만큼 ''별'' 과 ''하늘''이가 강해지고 건강해 졌다는 뜻. 우스운 것은 바퀴벌레 라면 치를 떨던 내가 이젠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나)
바퀴벌레 에게도 참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 인간보다 더 나을때가 있음을 발견하다. 우선 그들의 결집력은 대단하다. 어떻게 연락망를 취하는 지는 알수 없어도 단체 행동에 능숙 능란 하다는걸 알았다. 마치 군대처럼. 그리고 어떤 위험에 처하면 실 보다 가느다란 더듬이 조차도 움직임 없이 죽은 체 한다. 꼼짝 않고 시체처럼 정지 자세다. 사람의 눈을 속일만큼 지능적이고 고차원 적이다. 웬만큼 사람이 안심궤도에 올랐다 싶을 때, 바퀴벌레는 사력을 다해 쏜살 같이 도망쳐 몸을 숨긴다. 바퀴벌레가 숨을 곳은 무궁무진 하니까 내가 지는 경우가 더 많을 터. 게다가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그 속도들 쫒지 못해 놓친 많은 바퀴벌레 들이 우리 집 어딘가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무궁무진한 아이들을 출산했을 것으로 추정 된다. 번식력은 또 어떤가. 인간보다 먼저 존재한 것이 바퀴벌레 라고 하니 그들이 지금껏 지탱하기 위한 지능과 몸부림이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운 나쁜 녀석이 내게 걸려 넓은 테이프에 붙으면 그 애가 족히 5일은 갔다. 호기심의 발로로 우리는 시험해 보았다. 우리의 엽기 행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함께 잡혔을 지라도 동료가 죽은 것을 확인하면 그 시체를 먹으며 자신의 생존을 지탱해 가며 어떻게든 발버둥 쳐 생명을 유지하는 아이들이 바퀴벌레다.
그 녀석들과 동고 동락 하며 징그러웠던 첫 대면도 있었지만 이젠 제법 편안해 졌다. 그 녀석들도 역시 생명체 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스트레스 많이 쌓이는 날엔 변태 녀석들이 나에게 많이 검거되는 날이다. 터프한 척 하고 형사노릇을 좀 하고나면 스트레스도 확~ 날아간다.
바퀴벌레의 변태 행각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 될거고, 우리 공주병(?) 삼총사는 또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재미있는 애를 쓸 것이다.
오늘, 아이들과의 대화가 참 인상적 이었다. 아이들은 칼라 옷을 입은 바퀴벌레를 만나고 싶어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사람들 에게 소름끼치는 대상이 되기보다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다. 별이는 여전히"바퀴벌레는 변태" 라고 일삼고 하늘이는 바퀴벌레를 영원한 도둑이라고 점찍는다. 나? 나는 글쎄......바퀴벌레 에게도 많은 걸 배우니까 징글징글한 친구 정도로 해 둘까? 내가 이 집에 사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함께 동고 동락 해야만 하니 친구 랄 수밖에...... 그런데 변태는 너무 심하지 않나? 지들이 볼게 뭐 있다구.....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