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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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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한 동반


BY 이미래 2004-04-27

 

봄볕이 밭두덩에 골고루 퍼지고

고추 모종에 물을 주었습니다

빨갛게 열릴 고추들이

지금 파릇하게 물들입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시집 안간 그 딸도

다닥다닥 호미로 둔덕을 세웠습니다

이심전심 긴 침묵의 그림자 드리우고

봄볕 따스한 하루가 갑니다

 

집문턱에 강아지 한마리

세차게 달려와 반기고

피곤을 눕힌 마루에 그리움 하나

천정에 매달려 있습니다

무심한 얼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사라지고

형체조차 잡을 수 없는 너

울릴 수 있는 전화라면

티비로 비친 도회지 다시 꺼내지 않을 겁니다

 

동그란 밥상에 나 앉은

하나 둘 셋 묵언 묵상

숟가락 소리

그리움도 물컹 삼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