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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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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오년전의 방문객


BY 이미래 2003-12-04

그 아이는 여자 아이였다

엄마와  아버지인듯한 사람과 함께 셋이서 겨울에 우리집을 방문했다

칠을 한 밥상을 서너개 매고서 온 가족은 상장사를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 당시 방문객이 찾아온 우리집은

마당입구에 들어서기전에 오백년 묵은 듯한 팽나무가 서 있었고 마당 오른쪽으로 시누대 밭이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기와를 얹은 기와집이 자리잡고 마당 뒷마당에는 동백나무 향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기와집을 지나면 초가를 얹은 살림집이 있었는데 기와집은 사랑방이나 방문객을 위한 장소로 제공되곤 했다

 

그 아이는 매우 영특해 보였다

나보다야 겨우 두세살 위인듯 했지만 나에게는 매우 키가 커 보여서 초등 학생은 되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이 동그랗고 예쁘장한 얼굴을 지닌 아이는 매우 기운차고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 엄마는 매우 사교성이 있어 보였고

똑똑하여 아이는 엄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 반면 아버지란 분은 말수도 적고 인상이 그렇게 반듯하다고는 생각이 안들었다

그 가족은 기와집인 아랫채에 기거 하였는데 나의 아버지는 장작을 아랫채 아궁이에 밀어 넣어 주었고 매우 기뻐했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탓도 있지만 방문객에 대한 호의는 언제나 지니고 계셨다

 

방문객은 아랫채에 딸린 부엌에서 밥을 해 먹거나 따로 밥을 날라다 먹었다

나는 그 아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 같이 놀고자 했거나 호기심을 보이면 나의 어머니 곽씨는 아랫채에 얼씬 못하게 하였고 단단히 주의를 주곤 했다

 

우리집에서 그 가족이 기거하는 동안 눈이 내렸다

한달 혹은 두달을 지내면서 겨울을 보냈고 그후 우리집을 떠난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사 오세에 기억하는 기억의 단편들이 컴퓨터 처럼 정확하지 않겠지만 내 기억의 저편의 상에 찍혀 나오는 필림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시절의 궁금증이 더하여져 어른들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