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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완성


BY 낸시 2020-09-13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유행가가 있다.
쓰다가 마는 편지, 부르다 멎는 노래, 새기다 마는 조각처럼 인생은 미완성이란다.
아침에 뜰에 있는 나무를 손질하다, 정원 만드는 것도 미완성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원 손질하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같이 살던, 딸의 친구 제니퍼가 묻곤하였다.
"아줌마, 정원 손질 다 끝났어?"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하였다.
"아 그거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일이야."

뜰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 후, 나도 우리집 뜰을 정원으로 가꾸고 싶었다.
돈이 따르는 문제여서,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진행할 수는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형편대로 늘려가면서 만들다보니 뒤죽박죽이 되었다.
수목원이나 꽃박람회 같은 곳에서  보았던 정원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이리저리 옮겨도 심고, 꽃밭 사이로 오솔길도 만들고,  시간나는 대로 뜰에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십 여년의 시간이 지나니 제법 정원 꼴이 되어간다.
미완성이긴 해도 텍사스 기후에 맞춘, 나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정원이었다.

하나의 정원이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1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어디서 읽었다.
내가 가꾸는 정원의 나무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기 시작한다.
내 키보다 낮았던 야자수가 끝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높이 솟았다.
굵기도 한 아름을 훌쩍 넘는다.
묘목을 사다 심은 감나무는 가지가 찢어지게 많은 감을 매달고 늘어져 있다.
벌써 아름드리가 된 나무들 중 씨앗으로 길러낸 것들도 많다.
맥문동, 붓꽃, 수선화, 상사화, 멕시코 페츄니아, 문주란, 세이지...는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제법 정원이라 불릴만 하구나, 싶다.

하지만 내가 늘 제니퍼에게 했던 말처럼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텍사스 상사화는 식구가 너무 많아져 비좁고 답답하다고 분가해달라 한다.
유팡할리와 에스퍼란자는 서로 자리를 더 차지하겠다고 쌈박질이다.
가지치기를 해서 둘 사이를 갈라놓을 필요가 있다.
멕시칸 극락조는 여기저기 싹이 솟아나 다른 화초자리를 빼앗고 있다.
뽑아내 버리든, 다른 곳으로 옮겨 심든 해야한다.
날마다 손질을 해도 여기저기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여전히 남아있다.
내버려두면 지들끼리 싸우다 죽기도 하고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이런 녀석들을 두고, 내가 떠나면 어찌될까...마음이 무겁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
인생은 미완성, 부르다 멎은 노래
......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
인생이 미완성인데, 정원을 완성할 수는 없지.

인생은 미완성, 정원도 미완성,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가꾸어야지.

미완성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니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지만 그래도 아프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