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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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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대를 태우며 ( 친구네 두번째 날)


BY 김효숙 2020-03-15

서울 살다가 시골에서의 첫밤은 오돌오돌 추웠다
이불속에 들어갔는데   덜덜덜   떨었다
춥다는 소리도 못하고  체온으로  이불이 따뜻해 지기를 바랐다
거실에 있어도 추워 이불속으로 들어갔는데 역시나 춥다
하지만  그 순간 어릴적 겨울밤이 생각나 이겨낼수 있었다.

청솔가지로 가마솥에 물을 데우며 눈이 맵도록 불을 때던  울엄마
마흔에 혼자되어  시골에서 자식 넷을 데리고 살았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가을이면 남에 산에 가서 솔가레 긁어다 쌓아놓고  겨울이면 파란 소나무 가지
베어다가 쏘시개로  불 지피시던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시골에 밤

어린 나도 산에가서 솔가래 긁어  새끼줄로 묶으려면 저 아래 동네에서
우리 친구 할아버지가   자기 산에서 나무한다고 호통을 치노라면
나는 빈 갈퀴를 들고 힘없이 내려오곤 했었다.
난 왜 아버지가 안계실까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가 계셔서 무거운 것도 지게에 짊어오시고
나무도 안하고 그랬는데
그때는 오직 혼자인 엄마가 가엽고 오늘도 한가지 착한 일로 엄마께 효도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나무를 해 나르던 나였다

어릴적 우리들의 겨울은 너무 춥고 윗목엔 늘 꽁꽁 얼어붙은 걸레가 동태 같았다
한이불을 서로 끌어 당기며 잠을 자고 졸린 눈으로 뒷동산에서 울어대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잠이 들곤 했었다

춥게 덜덜 떨며 자는 친구네 방에서도 그나마 정겹던 어릴적 추억을 떠올릴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내 가슴에는 어릴적 추억들이 내게 행복을 전해준다.
눈물이 아닌 슬픔이 아닌 정겨움으로 그리움으로 나를  웃게 해준다.

이런 저런 추억속에 친구가 재잘거리는 이야기들도 어우러져 나는 잠을 잘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한두방울씩 내린다.
날이ㅣ 흐렸는데 친구 남편은   하우스를 만든다고  자른 나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불을 지핀다.  오늘은 묵은 가지며 고춧대  덩쿨들을 모두 태울 수 있는 허가된 날이랜다.
친구는  몇년 전 부엌에 불을 내고 부터 불이 무섭다고  뒷밭에 고춧대를 태우지 못한다고
날보구 하랜다..
산아래 있는 고추밭에 가서  모두 모아  불을 지폈다.
훨훨 타오른다. 산에 옮겨 붙으면 안되니 조금씩 태워야 한다.

어제 냉이 캔다고 그 밭에서 모아져 있는 고춧대를 가장 자리에  옮겨놓은게 두번 일이 되었다.  밭 위에 도토리 나무가 친구네 것인데 가을이면 사람들이 도토리를 다 주워 간댄다.
서울서 자란 친구는 주워가던지 말던지 무심했는데 동네 사람들은 한가마 씩 주워 가면서도
녹말가루 한번 먹으라고 안준댄다..
가만히 보니 주워서 방앗간에만  갖다주면 가루를 만들어 주는것을 알고는
줍지 말라고 했는데... 도 사람들은 몰래  와서 줍는 댄다.

불태우려 가운데 쌓아 놓은 고춧대를 밭 가장자리에 둥그렇게  들어오지 말라고 울타리를
어제 쳐 놓았던 나는 불태우려고  두번 일을 했다
친구는 웃어죽겠다고... 배꼽을 쥔다.

훨훨  묵은 병균들도 다 없어지라고.. 나는 신이나서 태웠다.
온 몸은 불내로 젖어들고 그래도 좋다고 하하 웃었다.
친구 남편에게 오늘 착한일 했지요 하니 웃는다.

친구는 자기집 들어오는데 작은 집이 있는데 할머니가 2년되면 아들네로 간다고
그때 그집에 와서 살면서 시골살이 실컷 하라고 한다.
오지 않아도 맘이 부자가 된 느낌이다.

고춧대를 불태우며 행복했던 세시간 난 시골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