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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행복


BY 마가렛 2020-02-25

비가 내린다.
비가 와도 새들은 여전히 나뭇가지에서 움직이고 쉬었다가 날아간다.
나뭇가지는 흔들리며 제자리에 힘을 주고있다.
조금 흔들렸다고 휘청거리면 안되겠지.

빗물에 코로나가 싹 씻겨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젠 코로나의 '코'자만 들어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중국을 탓하랴,
정부를 탓하랴,
신천지를 탓하랴.
누구를 탓한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으로 더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고
의료진에게도 참으로 감사함을 표한다.

병원에도 사람이 줄었다. 어지간하면 병원문턱을 넘고 싶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방문한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도 간호사도 좀더 친절한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
건성으로 실행하는 간호사에게 피 검사한 팔을 보여주니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한번 솜으로
닦아주고 밴드를 붙여준다.
모두가 마스크을 쓰고 있으니 두 눈으로만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의 표정은 눈과 코, 입으로 읽는데 코도 입도 막혀있으니 참 불편하다.

병원을 다니지 않았을 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아니 감사한 줄 알았지만,
이제 병원을 안 다니는게 얼마나 행복한 줄 새삼 느낀다.

마트에 잠깐 들렸는데 
며칠 전과 확연하게 다른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
빈 카트는 없고 계산 줄에 뱀꼬리처럼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전쟁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헛헛하다.
생필품으로 가득 넘치는 카트를 보며 벌써 저럴 필요가 있을까?하면서도 나도 혹시나 싶어
소심하게 라면 5개짜리 한봉지를 담으며 위로한다.
참 편한 시간대인데 사람이 이렇게 밀려들 줄 몰랐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종종걸음으로 움직인다.
군데군데 문을 닫은 점포도 보인다.
사람의 방문이 없어서 일까? 미리 예방차원에서 문을 닫은 것일까?
상인들의 시끄러운 모습과 길거리의 활기찬 모습이 그냥 일상이었고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것조차 그립다는 것이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주말에 음악회 예약도 취소를 했다.
참으로 감상하고 싶어서 기대했던 음악회였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설레임으로 시작을 했다가 뜻밖의 아쉬움과 허무함으로 살아가는게 요즘이다.
만남도 미루고, 종교활동도 미루고, 취미생활도 멈추고...
도서관도 휴관인데 언제까지 휴관일지 모르겠다.
괜시리 밑반찬만 여러가지로 만들게 된다. 가족의 건강이 최우선이니 좀더 신경써서
알찬 식단을 준비하게 된다.

친한언니 딸이 확진자 접촉이라 자가격리 중이란다.
직장을 다니는 딸인데 다른 회사 직원과 회의를 하고 나서 통보를 받아서 일주일 격리란다.

일상이 일상이 아니다.
당연한 일상이 그리운 시간이 되었다.
평범하고 나른했던 일상이 행복이었고 감사한 일상이었는데 당연하다는 듯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잘 보내라고 가족에게 격려하고 나에게도 힘을 실어주며 스스로를 달래보려고
글을 올려 본다.


 
평범함이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