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막내동서도 나에게 전화를 해야될까 말아야 될까 고민을 했을 것이다.
설날 장을 보려고 대형마트에 갔다가 생선이 좋아보여 차례상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옆에 있던 서방님이 전화를 해보라고 했단다.
"형님 혹시 필요한게 있으신가 해서요. 생선이 좋아 보여서 사고 싶지만 설날 당일에 저희가 가니까
어쩌나 싶어서요."
"그러게. 거리가 있어서 서방님이 택배로 오시면 모르겠지만...ㅎ"
"00아빠가 갈 수 있다는데요..ㅋ"
"됐구요. 내가 알아서 살 게.. 거리가 있으니 한 번 더 볼 수 있는 것도 쉽지 않네."
"그러게요. 예전에 가까이 살 때가 참 좋았어요."
동서가 좋았다기 보단 내가 오히려 동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내가 고마웠던게 사실이지.
결혼 후 동서는 명절 전날에 꼭 우리집에 와서 차례상에 올릴 준비를 함께 했었다.
처음에는 장에가서 하나하나 사는 것도 함께 했는데 너무 힘든 거 같아
내가 장을 미리 봐 놓으면 와서 빠르게 손질을 하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점심도 함께 먹고 오후가 되서 전굽기가 끝나면 집으로 총총 가고 했었다.
내가 직장 다닐 때는 우렁각시처럼 장을 미리 봐 놓고 간 적도 있는
마음이 이쁜 동서다.
때에 따라 가족과 함께 와서 놀면서 차례상을 준비하고 정리하고
거의 1박2일을그렇게 지냈는데
이젠 우리가 이사를 해서 거리가 제법 있다보니 처음에는 전 날 와서 준비를 하다가
아무래도 무리다 싶어서 명절 음식을 나누기로 했다.
솜씨도 좋고 손도 야무진 동서가 몇가지 전을 준비하고
둘째 동서가 나물을 담당하기 했다.
늘 그래왔지만 막내동서는 꼭 이렇게 전화를 미리한다.
똑같은 레퍼토리의 말이지만 정감있고 좋다.
거기엔 서방님도 한 몫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거리가 있어서 인지 예전처럼 아주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건
역시 사람은 자주 봐야 더 가까워 지는거다.
둘째네는 어쩌다 전화를 하고 그렇지 않으며 설날 당일에 벌쭘하게 오기에
전화가 없을 경우엔 내가 전화를 한다.
그러면 호들갑스럽기도, 그냥 일상적인 것 처럼 전화를 받으며 고분고분 대답은 잘한다.
시댁과 거리는 딱 선을 긋고 사는 그런 동서의 행동을 보면
좀 아니다 싶지만 또 어찌보면 오히려 실속있게 자기관리를 하는게다.
남들에 비하면 동서 둘이 별 탈없이 잘하는 편이니 내가 감사할 일이다.
많은 걸 바라면 피곤하고 힘들고
시동생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서도 했었는데 도와주니 참 고맙다 생각하면
또 그지없이 고마운 일이다.
내가 맏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사실 동서 둘의 행동은 한 끗 차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