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콘도에 도착해서 여기가 어디인지 제대로 파악을 못했는데 유럽풍의 건물이 야자수와 함께
어우려져 있으니 여행은 왔나보다. 유럽이 아닌 제주도에 잘 도착해서 하룻밤을 어설프게 잤다.
잠자리가 달라지니 침대에서 잠을 자도 제대로 잠을 못자고 부스럭거리다가 눈을 떴다.
에전엔 잠자리가 바뀌어도 잘잤는데 이젠 나도 예민한 사람이 되었는지 첫 날은 잠이 잘 안온다.
제주도에서 최고의 여행지 중의 하나가 우도.
우도행 배를 타니 멀미하는 친구가 있어 우리는 자리를 잡고 옛시절의 추억을 소환하여 369게임을 시작하였다.
3의 배수 숫자에서는 소리대신 손뼉을 쳐야 되는데 오래간만에 했더니
말만큼 쉽지 않아 여러번 걸렸다. 벌칙은 한번 걸리는데 천원씩 벌금이다. 한꺼번에 정산하기로 하고 누군가는
벌금의 주인공을 열심히 적었다.
서로 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써가며 게임을 하는데도
걸리는 사람만 매번 걸린다.
소의 머리를 닮았다는 우도가 넓은 바다와 함께 우리를 반겨주었다.
탁 틔인 바다와 신선한 공기는 여전히 좋았고,
우도봉을 향해 힘차게 걸음걷는 우리들에게 지난여행 때는 못 봤던 조랑말이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홀로 서서 큰 눈만 껌뻑거리는 말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진다.
우도니까 비가 오는 섬이구나..^^:;; 썰렁한 개그를 생각하며 유유하게 전망대까지 올랐다.
멀리보이는 작은 마을에는 어떤 인심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모래가 검은 검멀레 해수욕장을 거쳐
화산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양도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내렸다.
우리는 배를 타기 전에 준비한 핑크우비를 꺼내서 여유있게 입으니 주위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댜 본다. 우도행 배를 타기 전에 일기예보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핫한 핑쿠색을 7개 구비했던게 얼마나 잘한 짓인지 모른다.
바닷가에서 7인의 여자들은 갖은 포즈를 취하며 모델이 되어 사진을 찍는다.
까르르~ 넘쳐나는 웃음소리에 내리는 비도, 파도소리도 우리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우리와 하나가 되어 사진이 완성되니 우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자연스레 빗방울 전주곡이다.
우도의 명물 땅콩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야 됩니다~
바닥이 보이도록 아껴 먹은 땅콩 아이스크림은 포장할 수가 없어 아쉬울 정도로 맛나다.
빗속을 뚫고 섭지코지까지 갔다.
갑자기 더세차게 내리는 빗속을 조심스레 운전하는 사람을 위해 조수석에서 미리미리 방향을 알려주었다.
주차를 하고,
섭지코지의 글라스하우스(민트레스토랑)까지 걸어 올라가니 오는 비에 생쥐꼴이 되어
신발은 축축하다 못해 발이 신발 속에서 헤엄을 칠 정도였다.
왜 이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가는 걸까?
일상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텐데..
대답은 간단하다. 여행이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경험을 쌓는 일이다.
집떠나면 몸이 고생이라지만 집에 있으면 마음이 고생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말을 타고 글라스하우스까지 가면 3만원인데 우리는 다음 일행을 위해서 그냥 걷기로 했다.
우민 미술관을 휘릭 스쳐지나가며...
글라스하우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달라보인다.
바다가 보이고, 리조트가 보이고, 들꽃이 보이는 언덕이 보이고 시야가 탁트여 가슴이 펑 뚤리는 기분이다.
신발은 벗고 싶지만 벗을 수 없어 화장실에서 휴지로 대충 신발 안쪽을 털었다.
몇 명은 여유분의 신발이 없어서 걱정을 했는데 다른차에 앉은 총무가 신발 없는 사람을 파악해서
슬리퍼를 사겠다며 사이즈를 알려달라고 연락을 했다.
역시 센스있고 배려있는 총무다.
세 명이 총무가 건네준 슬리퍼를 신고 물에 빠진 신발은
세탁하기로 했다.
멀쩡한 옷차림에 캐릭터 슬리퍼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아마 이때 찍은 사진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게다.
친구하나가 운전면허증을 챙겼다고 챙겼는데 지갑에 없단다. 딸에게 전화를 해서 찾아보고 사진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한 거 같던데 못찾았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허증을 챙겼는데 내가 웃전을 하게 될 줄이야...
두 대의 렌트카에 베스트 기사를 두 명씩 배치했는데 그중 한 친구가 면허증이 없으니.
낯선 땅에서 낯선 차로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한 일이었는데 닥치니 하게 된다.
무슨 일이든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또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게 여행이고 우리의 인생이다.
"나는 운전 초자인데다 남의 차로 운전은 한 번도 안 해봐서 벌써 후덜덜 떨리는데..."
진심담아 조심스러워하는 내 말에 옆의 친구들의 격려를 마음에 담아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팍팍 심어준다.
'그래, 조심 또조심하면 못할 것도 없지, 제주도는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거야."
스스로 마인트콘트롤을 하며 운전조작법을 배웠다. 조작법이 비슷한데도 괜시리 낯설다.
네비는 어찌나 굼뜨던지 목적지가 나오기까지 설정을 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멏번을 재작동시키고 무던하게
기다려야 한다. 렌트카센터에 반납할 때 꼭이야기를 하여 다음 사람은 불편하지 않으면 좋겠다.
조심스레 운전하며 다음 여행지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