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독서회 7월 모임이 있는 날!
일하는 회원들이 있어 우리는 저녁 시간으로
모임 시간을 잡는다
어제도 7시에 모이기로 하여
집에서 시간 넉넉하게 맞춰 버스를 탔는데
사당역 못 가서부터 차가 엄청 밀린다
평소 같으면 10분 내외로 갈 수 있는 거리를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 보니 20분도 훨씬
넘어 도착을 하였다
이번 장소는 영화관이 있는 메가박스 건물
12층인데 거기는 카페와 영화관을 겸하는
곳이라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와인도 마실 수가 있어 우리에겐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야외 테라스에서 야경을 볼 수도
있어서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보다 자연바람
부는 곳이 더 나을 거 같아 우린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 달 모임은 마침 <북클럽>이란 영화를 보고 그걸 나누기로 하였기에
우리 주제와도 잘 맞는
곳이라 회원들도 좋아하였다
각자 오고 있는 회원들 기다리며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을 몇가지 먼저 시켜 도착하는대로 먹을 수
있게 주문을 해 놓았다
그곳에서는 시원한 맥주나 와인이 어울릴 거 같아 회원 한 사람이 사겠다며
와인 한 병과 맥주를 주문하여 더욱 흥을 돋워 주었다
한달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단 모임 주제를
나누다 보면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자기의 속 얘기가 나온다
어제는 한 회원이
"형님들, 사실 나는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
안 나오려고 했어!"하며 운을 뗀다
요즘 남편과의 관계가 심하게 삐거덕거려
남편은 자기 사전에 이혼은 절대 없다 하니
졸혼이라도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남편과는 출판사를 함께 운영한 지가 꽤 되어
안정이 되있고, 두 아들도 잘 키워냈고,
시부모한테도 거의 헌신적으로 하는 걸 알고
있길래 그 회원의 이야기에 모두 귀를 기울이며
들어주었다
남편은 처자식에게 돈쓰는 것도 아까워하고
자기를 항상 철부지처럼 생각하여 뭘 맡기지를
못할 뿐 아니라 두 아들도 늘 자기 기대에 못 미친다고 불만이 많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60대까지는 부부 각자 취미생활을 즐기고 60넘으면 그때 가서 부부 공통의 취미를 갖고
살자고 했다는 거였다 그 회원은 남편과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러니 그 회원도 어렸을 때부터의 친구들과
만나며 공도 같이 치고, 해외여행도 다니는데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졸혼까지 마음먹은 계기는 남편이 그
회원의 친구 앞에서 회원을 깎아 내리는 말을
"내가 이 사람한테는 한 번도 말 안 했는데 친구들과 해외여행 가면 무슨 짓을 하는지 아냐
왜 돌싱들과 어울리냐!"
하여 뒷통수를 그것도 친구 앞에서 맞은
느낌이 들어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었다 한다
그때까지는 남편이 꽤 쿨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줄 꿈에도 몰랐다 한다
그러니 정이 뚝 떨어지며 보기도 싫고
한 집에 있는 거도 싫으니 자기는 정말 졸혼이라도 해서 홀로서고 싶다고
그런데 정작 현실을 돌아보니 자기 앞으로 된
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다 더라는 거였다 자기가 돈 욕심도 없고 남편만 믿고 살다보니
지난 번 10억짜리 상가를 살 때도 처음엔 공동명의로 해줄듯 하다가는 법적인 게 복잡하더라며
결국 남편 명의로 해놓았다 한다
자기를 생각해서 공동명의로 한 건 시골땅 재산세 겨우 만원 정도 나오는 걸로 해놓고 생색은 다 내고
졸혼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홀로서기를 궁리하며 게스트하우스 해볼까하여 알아보니 부동산 값이 많이 뛰었다고
자기가 세상 물정 너무 모르고 살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쉰다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는 각자 경험담을 풀어 놓으며 그 회원의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독서모임 함께 하는 회원들 중엔 마침 심리상담
전문가도 있고 나름 자기만의 부부생활 노하우들이 있으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자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너나할 거 없이 겪는 문제이다 보니 우리는 다 동지들 아니던가?
누구나 결혼생활을 하며 숱하게 겪는 다름으로 인한 갈등들은 있게 마련인지러
정말 이혼하고 싶단 생각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냥 표면적으로만 볼 때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을 거 같은 사람도 한 걸음만 들어가 보면
숱한 번민과 갈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 회원 역시 내 마음 같은 줄 알았던 남편에게 그게 아니었음을 알고나니
심한 배신감이 느껴 졌으리라
나 또한 그런 줄 알고 남편에게 내 속을 다 보였다가 몇 번 호되게(?)
당하고 부터는 내 속을 다 드러내지 않고 어느 선까지만 연다
그 사람은 결코 내가 아니니까!
그러고부터는 상처 받을 일이 줄면서
내가 나를 보호하게 된다
그리고 나 혼자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을
추측하지 않고 질문을 하여 그걸 해결하게
되니 관계가 좀 수월해진다 할까?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며
각자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게 하는 힐링포인트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생활을 해 나가는 건
풀 수 없는 영원한 숙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