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初伏이라기에 모처럼 삼계탕을
끓이려 아침부터 준비를 했다
점심에 먹을거니 느긋하게 하면 되겠다 싶어
청소를 먼저 하고 나니 10시가 넘었다
찹쌀부터 한 컵 불리며 2인분이니 대추 4알, 마늘 8개, 수삼 2뿌리까지 깨끗이 씻어 놓고
미리 사다 놓은 영계 두 마리를 다듬었다
닭 씻을 땐 다른 조리기구에 물이 튀면 안 된다니 최대한 재빨리 씻어 몸통에 찹쌀을 넣고
대추, 마늘, 삼을 넣고 한방 삼계탕 팩과 황기까지 넣고는 요염한(?) 자세로
다리꼬기를 하여 찜솥으로도 쓰는 큰 3중바닥
냄비에 넣고 닭이 잠길만큼 물을 붓고는
가스렌지 불을 붙여 놓았다
닭이 끓을동안 못 다한 옥상 청소까지 마무리하면 얼추 1시간 이상은 끓겠다 싶어 부지런히
움직이니 땀이 머리속에서부터 뚝뚝 떨어진다
이상하게 나이 먹으면서는 일하느라 몸을
움직이면 머리속에서부터 땀이 나서 얼굴까지 흐르며 뚝뚝 떨어지니 아예 목에 수건을
걸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땀을 많이 쏟았으니 삼계탕은 저절로
몸보신이 될 것 같다
걸레까지 빨아 널고 나니 어느새 닭 끓는
냄새가 주방에서 나며 시간상으로도
1시간여가 되었길래 뚜껑을 열고
뚝배기에 하나씩 옮겨 담고 파를 썰어 위에
뿌리고는 또 한소큼 보글보글 끓여
식탁으로 옮겨 놓고는 남편을 불렀다
나도 식탁에 앉아 내 뚝배기에 닭을 갈라보니
어쩐일인지 찹쌀이 안 퍼지고 쌀알이 탱글한
느낌이 들어 씹어보니 아뿔싸 덜 익었네!
남편은 늘 내게 푹 익히라는 주문을 하기에
나름 푹 익힌다고 한 거였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내 특기(?) 덜익히기로 완성되었다
주부 맞아?ㅎㅎ
그 특기가 어디 가남?
그대로는 먹을 수가 없기에 이번엔 실패없이
하려고 압력밥솥에 다시 붓고는 한 30분 추가
딸랑거리도록 충분히 끓여 다시 각자의 뚝배기에 담아 맛을 보니 껍질이 흐물거릴 정도로
잘 익어 둘이서 열심히 뼈를 발라 내며
먹고는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흡입(?)을 하였다
두 번 끓였기 때문인지 국물은 진국이 따로
없을만큼 진한 한약 냄새를 풍겨 느낌만으로도
훌륭한 몸보신이 됐을 거 같다
아, 나는 언제쯤 숙련된 주부9단이 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