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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안에는 봄 바깥은 눈


BY 마가렛 2019-02-19

베란다의 제라늄이 며칠전부터 활짝피어 인사를 나누자는데
주인은 바쁜 척하면서 어쩌다 한번씩 눈길만 주었다.
미안하다. 좀더 관심을 주고 이쁘다하면서 쓰담쓰담해야 되는데 말이지.

정월대보름인 오늘 아침에 눈이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언제부터 눈이 왔는지 제법 쌓여있다.
어스푸렘한 이른아침의 쌉싸름한 공기가 신선해서 한번  심호흡을 했다.
하얀 눈이 깨끗한 눈이 내 폐속으로 들어오니 괜히 신선하다.
아침밥을 차리며 아버님께 "보름인데 눈이와서 보름달을 못 보겠네요."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밀가루 처럼 내리는 눈을 보니 내어린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눈과의 첫 기억은 언덕위에서 오빠가 대충 만들어준 포대자루에 앉아
신나게 눈 썰매를 탔던 초등학교 입학 전의 모습이다.
몇몇의 아이들이 조랑조랑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눈썰매를 탔었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며 동생을 잡아다니던 일도,
눈에 뒤덮인 옷을 보고 서로 털어주며 엄마에게 혼날까 싶어 걱정했던 일도
즐거운 추억이다.
그때는 겨울이면 그렇게 눈썰매를 타거나 눈이꽁꽁 언 논두렁이나 못에 가서
스케이트를 탔었다.
도시에 살았던 나는 겨울 방학 때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몇 시간의 기차를 타고,
시골에 계신 큰아버지댁에 놀러갔다. 아마 초등학교 때의 행사가 아닌가 싶다.
나보다 한 살 위인 사촌오빠와 눈싸움도 하고, 논두렁에서 썰매도 타곤했었다.
큰엄마가 쪄주신 김이 나는 고구마와 곡간에 숨어있는 곶감을 꺼내서 주시며
나의 머리를 쓰담아 주시던 큰엄마가 그립다,
어두컴컴한 시골길을 큰엄마의 손을 꼭 잡고 마실에 갈 때
하늘에 둥근 달을 쳐다보며 왜 나만 따라 오는걸까 궁금도 했었다.
한집에 모여  고구마자루에서 고구마, 무, 동치미를 꺼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구의 집 아이가 나와 또래라며 그 아이를 부러 나와 소개시켜주고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던 일들도 마음에 남는다.

그곳에서 얼마간 가면 사촌언니가 살았는데 그당시에 형부가, 잘생긴 형부가 나를 무척
이뻐해주시며 내가 갈 때마다 일부러 맛난것을 준비해주시고 서울처제가 왔다며
신이나서 스케이트도 가르쳐준 기억이 살포시난다.
사촌언니의 집에서 티비를 보면서  형부와 사촌조카와 함께 노래도 신나게 부르며 즐거워했었다.
사촌언니라지만 나와 나이차가 많아서 이모뻘인 언니가 얼마전 부터 치매가 있어서 고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친정엄마를 통해 들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울에 살았지만 겨울이면 시골에 가서 그렇게 자연과 함께 놀고 어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그마나 내가 좀 정서적으로, 자연을 좋아하며
따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제라늄도 피었다 또지고,
천리향도 꽃이 맘껏 부풀어 올라 향이 더욱 빛이난다.
창밖에는 눈가루가 꽃가루가 내리고
창 안에는 꽃향기가 봄향기가 내리고 있다.
 
창 안에는 봄 바깥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