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라는 말은 참으로 정겹고 가을햇살같은 말이다.
난 친정엔 언니가 없지만 여동생 둘로 부터 언니라는 호칭을 받고 살아가는 큰언니다.
바로 아래 여동생은 나와 두 살 차이라 어렸을 때부터 친구처럼 잘지내다가도
한번씩 퉁탕거리며 싸움질을 했었다.
샘도 많고 조금은 깍쟁이 같은 여동생은 나를 언제부턴가 라이벌로 생각을 했나보다.
엄마한테 말할 때도,
언니는~
언니만~
언니가~
하면서 꼭 나를 끌여들였다.
엄마한테 야단 맞을 때도 자기만 혼낸다고 하면서 눈을 흘겼고,
약한 언니에게 좀더 다정한 엄마에게 자기는 둘째라 찬 밥이라며
노골적으로 화를 내곤 했었던 여동생이다.
그런 여동생이 가정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엄마께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엄마가, 아버지가 달래도 바늘도 안 들어간다. 급기야 금식으로 들어가는데
엄마는 놀래서 아버지를 설득시켜서 결국 우리집에도 그 '피아노'라는
부잣집의 인테리어가 되는 장식품이 들어온 것이다.
여동생을 피아노를 열심히 배웠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난 피아노가 그렇게 배우고 싶진 않았다.
-결혼해서 태교하느라 좀 배웠다.-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여동생은 인기있는 여학생이었다.
내가 결혼할 땐 본인 스스로가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피아노곡으로 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긴머리에 단정한 원피스를 입은 여동생은 나를 쳐다보고 미소지으며
결혼행진곡을 정성껏 들려주었다.
참 아련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곡이다.
여동생과 나는 성향이 많이 달랐나보다.
난 외국 금융계에 근무했었고,
여동생은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서로 다른듯하면서 닮은 여동생은 결국 남편이 소개해준 남편직장 동료와 결혼까지 골인했다.
남편은 호언장담을 했었다.
처제를 소개 시켜달라고 매달려서 어쩔 수 없이 소개는 시켜주었지만
'처제가 그친구를 좋아할리가 없다구'
어쩐다...그럼에도 둘은 결혼을 했다.
성실하고 겸손한 제부는 동생을 아끼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 같다.
.
.
.
여동생이 전화를 했다.,
"언니 이번에 건강검진 받았어?"
" 으응~ 몇 개월 전에 받았는데..왜?"
"아니... 언니가 요즘 자주 몸이 안 좋다고 해서 함께 건강검진 받으려고 했지.
대학 병원에서 풀코스로 한 번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받아 보자?"
" 아니야... 난 검진해서 이번엔 됐구.. 너야말로 잘 받아봐."
동생은 내가 걱정스러운지 자꾸 함께 받아 보잖다.
자기가 종합검진을 선물하고 싶다는데
난 여러번 거절하고 나에게 동생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럼 다음엔 꼭 나랑 함께 검진 받아 보는거야."
"그래~ 알았어.."
나를 걱정하는 동생의 말에는 샘이 많았던 어린시절의 동생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언니같은 동생만이 남아있었다.
동생아~
이 언니를 그리 걱정해주니 고맙다.
이 언니가 너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