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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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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식


BY 주인 2018-10-11


10월의 비 내리는 날 낯부터 저녁까지 쇼핑백을 들고 가게 앞을 지나다닌다.
속된말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저녁이 되니  바람도 불고 쌀쌀한데 하얀 누비점퍼에 검정바지, 흰 운동화 차림이다.
 
“아제 쇼핑백을 들고 하루 종일 어디를 그렇게 왔다갖다 하시는지...”
 
“으~응 누나가 궁금해서 몸살 날거라고 생각했지. 진즉에 물어봤으면 안 궁금했을 텐데 왜 이제야 물어보는 거요?”
 
“히히 그 정도로 궁금한 것은 아니고... 그 쇼핑백은 뭐예요? 지난번 들고 다니던 박스는 이제 끝났어요?”
 
그녀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생각 만해도 가슴이 아려온다며 그녀를 위해 도움을 자처하고 그녀가 판매하는 건강 보조식품을 지인들에게 떠맡기던 재수를 생각하면서 또 무엇을 팔려고 종일 서성거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애인 참 생활력이 대단해 누나. 옷가게를 하면서 건강식품도 팔고 화장품도 팔고 한 두가지가 아니라니까? 어제는 홍삼을 팔아달라는데 그 비싼것을 내가 어디 갔다 팔수가 있어? 2병 들어있는 홍삼 액기스 한 상자 엄마 갖다 드렸더니 아주 좋아 하시더라고.”
 
“아제 돈 아껴 써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으면 부도나요.”
 
“벌써 부도직전이야. 어제 홍삼도 외상으로 가져왔지. 오늘 퇴근하면 주려고 퇴근시간 기다리는데 시간 정말안가네.”
 
“급여 들어왔어요? 그럼 나도 좀 주세요.”
 
“알았어 누나는 조금만 받어.”
 
그녀에게 선물하려고 화장품 셑트를 사들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 흰 점퍼에 흰 운동화를 신고 길거리를 배회했던 것이었다.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누나! 누나는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목석같은 여자야. 웃기만 잘하면 여자야? 그 애처럼 사람 녹이는 애교가 누나에게는 없다는 것이 단점 이 랑 께 요? 솔직한 내 고견을 쬐꼼 말씀 드리자면 누나는 백치미 빼면 점수를 줄래 줄 데가 없어. 매형이 누나 뭘 보고 여왕으로 모신답니까? 아이러니 그 자체라니깐?”
 
싱 겁을 한참 떨더니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 시도한다. 지갑을 열어 나에게는 카드 결재를 하고 그녀는 현금으로 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다.
“누나! 오늘 신방 차릴 수 있게 파이팅 해줘. 오늘 화장품 선물하고 반지 끼워 주려고. 어제 커플반지 맞추자고 했는데 맞는 것이 있어서 찜했다가 오늘 찾아왔거든. 오늘 그 고대하던 우리 언약의 날이지.”
 
내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참 여러 가지한다. 나이가 몇인데 저렇게 가슴 설레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여자가 한두 명 이었냐고...
 
“아제 신중하게 생각해요. 남편도 아들도 있다며 너무 빠지는 거 아니 예요? 세상의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니까? 위험한 행동 나는 반대일세...”
 
내 말은 귓전으로 듣는 둥 마는 둥 손을 들어 국가대표 수영선수 흉내를 내면서 파이팅을 두 번 외치고 그렇게 갔다.
오늘의 언약식을 고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