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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만석 조회 : 263

너무 잘 보이는 게 탈이야


너무 잘 보이는 게 탈이야
 
아들 네 세 식구가 내 아래층으로 옮겨온 것은 이미 이야기 했으니, 우리들 사는 모양새도 좀 들려 주어야 재미스럽겠다. 내 주위의 누구라도 우리를 예의주시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지. 한 지붕 두 가족이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걸랑.
 
대문이 각각이어서 별 탈이 없을 것이라던 내 예측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걸 요사이 느끼고 있다. 살림을 합쳤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긍정적이고 다른 한 쪽으론 불편한 점이 있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요것 쯤이야하는 맘으로 살면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확실한 건 떨어져 살 때보다 더 많은 걸 서로 알게 되더라는 말이지. 아직은 서로 조심하는 편이어서 부딪치는 일이 없지만 머지않아 그런 일도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그리 크지 않은 소소한 일상이라는 데에 위안을 갖는다.
 
아마 좀 더 오래 지나고 보면 큰일도 부딪치게 되려는지 몰라도 우선은 정말 사소한 일이다. 예를 들자면 세 식구의 외출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잦다는 것이다. 연극도 보러 다녀야 하고 영화도 감상하러 나가야 하고 각종 이벤트에도 참석해야 하겠고.
 
그리고 요사이 안 사실은, 아들 내외의 교육열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피아노학원에 첼로 교습. 검도학원에 스케이팅레슨. 주산학원에 기원까지. 한문 교습에 일일공부.  또 무엇이 있지 싶다. 2학기에는 영어학원을 등록 해야 한다 하니 휴~, 아이가 모두를 소화해 내는 것만으로도 용하다.
 
그런데 그것이 내 아이들의 유별난 욕심 때문만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요즘 아이들에겐 보통 있는 일이라 한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이 골목에서 모여 노는 일을 볼 수가 없다는 말이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찾아가고 찾아오는 친구들도 없더라는 말씀이야.
 
그러니 어미는 제 시간에 맞추어 학원이나 도장에 보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빠질 지경이겠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어느 하나도 그만 두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는 데에 있다.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는 욕심이 대단해서 라고 며느리는 자랑삼아 말을 한다.
 
이럴 땐 시어미 근성이 발동을 하지.
학원비가 보통이 아니겠는 걸?! 우리 아들 뽕 빠지겠네.’
아서라. 할만 하니까 시키는 거겠지. 공연한 걱정을!’ 돌아서서 나를 나무란다.

이렇게 너무 훤하게 보이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좀 더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을 좀 해야겠다. 사람들이 말한다.
“‘못 살겠어요.’하는 것보다 훨 낫네.”
 
맞다. 그 말이 맞다. 탈 없이만 살아다오.
세 식구 별 탈 없음 그 아니 좋은가 말씀이야. 어느새 재주가 는 손녀 딸아이의 띵똥거리는 피아노 소리에 내 잔걱정은 저만치에 묻혀버린다. ‘어휴~, 우리 손주 참 잘하네~’